기아차 여성 노동자가 말한다:
“정규직·비정규직 함께 싸울 때 조건이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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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아차에서 14년 일했습니다. 자동차가 출하되기 전에 최종 검사하는 일을 해요. 우리 부서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는 노동조합이 없었어요. 저희가 불량을 놓치면 관리자들이 “왜 이런 걸 놓쳐!” 하고 윽박지르며 혼내고 반성문까지 쓰게 했어요. 불량을 많이 놓치면 욕하고 등짝을 막 때리기도 했어요. 자존심이 엄청 상했죠.
소장은 휴게실에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조회를 하면서 불량 놓치면 정규직들에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기기라도 하라고도 했어요. 우리가 무슨 접대하러 온 것도 아니고 눈이 빠지도록 일하고 있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또 관리자들이 저희를 “아줌마”라고 막 불렀어요. 우린 다 이름이 있는데 이렇게 부르는 건 진짜 기분이 나빴죠.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할 때 비정규직 분회가 생겼어요. 비정규직 분회에 찾아가서 이런 일들을 전부 얘기했죠. 그랬더니 이건 분명한 탄압이라고 하면서 같이 싸웠어요.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족처럼 달려와서 같이 투쟁했죠. 정규직 노동자들도 같이 와서 싸웠어요. 노동조합이 제게 되게 희망적이었어요. 그래서 [동료들 중] 제가 제일 먼저 노조 가입서에 사인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고맙고 눈물겹네요.
그 뒤로 반성문도 없어졌고 조건이 좋아졌어요. 이젠 아줌마라는 호칭도 쓰지 않아요. 커피를 타오라는 등의 일도 함부로 시킬 수 없게 됐죠. 생일날 월차, 연차를 마음 놓고 쓸 수 있게 됐고요.
제 친구가 [하청업체] 계약직으로 5년 넘게 있었는데, 그 업체에 [정규직] 공개 채용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업체 사장이 정규직을 시켜준다고 하면서, 용돈을 주겠다거나, 술자리로 나오라는 등 이 친구를 엄청 괴롭혔어요. 전화해서 음란한 말도 하고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찾아가 얘기하고 같이 대응했죠. 결국 그 사장을 쫓아냈어요. 그동안 두려운 일도 많았어요. 사장 측근들이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그 사장이 우리들 집을 다 아니까 식칼 들고 찾아올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갈 때 섬뜩했죠. 요즘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고 피해자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잖아요. 저는 그게 참 좋은 거 같아요.
노동조합에서 함께 싸우다
최근 기아차에서는 식당·청소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였어요. 식당·청소 노동자들은 직접 생산라인이 아니라 ‘총무성 업체’로 분리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차별이 많아요. 임금도 마음대로 깎고, 근무 조건도 회사 맘대로 바꾸고요. 제가 있는 곳도 여성이 집중된 파트잖아요. 식당·청소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보며 다음은 우리가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남 일 같지 않았죠. 그래서 노동자연대 기아차 회원들과 함께 항의 시위에 참가했어요.
또, [불법 파견 판결 이후] 비정규직 일부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할 때 여성들은 단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어요. 우리 부서에서도 남성들은 많이 정규직으로 채용돼 나갔어요. 솔직히 남녀가 똑같이 일했고, 또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남성 노동자 일부는 저보다 입사가 늦어요. 그런데 여자라고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건 정말 억울해요.
비정규직이라서 받는 차별도 많죠. 얼마 전에 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했어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노조에서 분리시킨 것도 가뜩이나 억울한데, 비정규직에게는 파업 지침 공지가 없었어요. 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이니까 라인을 멈추고 퇴근 버스 배치해서 집에 갔는데, 그러면 비정규직들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 시간만큼 비정규직한테도 임금을 안 주겠다고 해서 동료들과 함께 대자보를 부착하고 항의했어요.
우리가 예전처럼 한 노조 안에 있었다면 사장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기 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노조를 분리하면 우리가 힘이 빠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노조 분리에 반대했어요. 물론 과거에 노조가 합쳐질 때 여러 혼란이 있었고 저도 합치는 게 좋을지 반신반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점차 안정화됐고, 저도 기아차지부에 함께 있는 게 뿌듯했어요. 지부 대의원들을 보면 든든하고, 같이 싸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느닷없이 노조를 분리하겠다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투표로 밀어붙였는데, 저는 특히 이 점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노조 분리 투표할 때 노동자연대 기아차 회원들하고 같이 노조 사무실에서 농성했어요. 저는 농성에 참가한 유일한 여성이기도 했죠. 결국 분리를 못 막았지만 노동조합이 더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렇게 내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도 이 사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게 정말 많아요. 여자들은 회사에서 더 차별받고 집안일도 해야 해요. 육아 휴직 쓰고 나갔다 오면 사회에서 그만큼 낙오되고요. 한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고 같이 싸우면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