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영어회화전문강사 해고 반대 투쟁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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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3월 6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 지역 영전강은 재채용 과정에서 조합원 12명이 해고됐다. 경기 지역에서 해고된 영전강이 해고에 항의해 투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경기 지역 방과후코디 노동자들의 해고 철회 투쟁이 승리한 것에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5월에 영전강 해고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고 6월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는데, 이를 투쟁에 유리한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투쟁에 나선 배경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영전강을 중심으로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고 4년에 한 번 신규 채용에 응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정규 영어 과목을 담당하는데도, 4년마다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특히 올해는 8년간 일한 영전강이 많아 해고 사태가 예견돼 왔다. 학교가 무기계약직 전환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채용된 지 4년이나 8년이 지난 영전강의 채용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관리자들은 경력도 많고 시험도 통과한 영전강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객관적이지 않은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미는 등 꼼수를 부렸다.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해마다 실시하는 근무평가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던 영전강 노동자가 설문조사 결과 때문에 해고당했다.
경기도교육청이 3대 모범 혁신학교로 선정한 안양서초등학교는 “학교의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기존에 일하던 영전강을 재채용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아이들을 가르쳐 온 홍미숙 씨는 “어떻게 해고가 변화이고 혁신일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주 문산초등학교에서 해고된 임미경 씨는 영전강에 대한 차별과 그들의 분노를 생생하게 전했다. “우리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우울하다. 마음 속에 납덩이가 있는 듯하다. 시험에 합격해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온갖 차별을 당한다.
정부는 영전강 고용안정 보장해야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21시간을 수업하는데도 우리에게 다문화 언어, 동아리 활동 등 온갖 업무를 강요한다. 해고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박근혜 퇴진 촛불 때처럼 사회 정의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속 해고에 시달릴 다른 영전강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투쟁하겠다. 대한민국은 정말 개판이다. 비정규직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법으로 해결하라”며 경기교육청이 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데, 막판에 이런 못된 일을 한다. 2013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영전강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작년에는 대전고등법원이 영전강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말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대로 “이재정은 재선을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영전강은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졌고, 마땅히 정부가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문재인은 영전강의 고용 안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교원 양성 선발 체제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영전강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학생들에게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아무 문제 없이 영어 수업을 해 온 영전강의 경험은 임용 시험 합격 여부가 교단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부는 마치 예비교사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지만, 올해 서울의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작년의 8분의 1로 줄었다. 전국에서 40퍼센트가 줄었고, 중등교사도 14퍼센트가량 줄었다. 예비교사들이 임용되지 않는 것은 영전강 때문이 아니라 교사를 확충하지 않으려는 정부 때문이다. 영전강 부당해고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