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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민평당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반대한다

정의당 의원단이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평화당(민평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17일 정의당 전국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 때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웠다. 200만 명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대표적인 노동계 진보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실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정의당이 의회에서 “노동”을 대변해 주기를 기대한다. 지난 연말 많은 노동자들이 정의당에 후원금을 낸 것도 이런 기대에서였다.

ⓒ출처 정의당

반면, 민평당은 노동계급 운동과 아무 유기적 연계가 없는 보수 정당이다. 민평당은 최근에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에 찬성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이상돈은 “매우 타당한 법률”이라고 했다.(이상돈은 바른미래당이 출당시키지 않아 형식적 당적은 바른미래당이지만 민평당 소속임을 자처하는 자다.) 당시 정의당 의원들은 기권표를 던졌다.

민평당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개악 법안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두 당의 기반이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정의당과 민평당이 “같은 부분이 꽤 있다”고 한 노회찬 의원의 말은 불가피하지 않은 타협을 정당화하려는 것일 뿐이다.

연정의 통로?

정의당 의원단의 명분은 “답답한 국회의 판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개혁의 발목을 잡아 “촛불혁명”이 국회 앞에 멈춰 서 있는데, 이를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회 교섭단체 세 당(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중 두 당이 보수 세력이므로, 민평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의회 안에서 “개혁진보 세력의 결속을 강화”(노회찬 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로 가는 통로로도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촛불혁명”이 열어젖힌 사회 개혁 염원에 반동하는 자유한국당의 수구적 행태는 메스껍다. 바른미래당도 지배계급의 이익에 노골적으로 봉사하는 정당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촛불혁명” 염원 실현에서 노동계급의 동맹군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개악이나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 시도에서 보듯이) 이들은 대중의 개혁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정의당 지도자들이 여권의 이런 꾀죄죄함을 폭로하지 않고 그들과 같은 전열에 서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정치 의식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의당 지도자들의 정치 행보는 또한 정의당 지지 노조 지도자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의회와 투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원내 전술에 국한된 활동”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의회 활동의 비중이 의회 바깥 활동보다 훨씬 큰 의회주의적 정당이다. 계급투쟁보다 의회 내 입법 활동이 사회 개혁 실현에서 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본다.

정의당 의원들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얻고자 하는 제일 목표도 선거법 개정이다. 그동안 정의당 안에서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돌곤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섭단체 지위 확보는 더욱 중요한 고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노골적인 친자본주의 정치인만 득실대는 의회에 넌더리를 낸다. 노동계 진보 정당의 의원들이 사용자들의 탐욕을 비난하고 실제로 노동자 편을 드는 것은 노동자 운동을 건설할 때 괜찮은 정치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의 성장은 의회 내 정치 협상에 달려 있지 않(았)다. 정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6석을 얻으며 정치적 회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하에서도 꾸준히 전개돼 온 노동자 투쟁과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200만 표를 얻은 것도 촛불 항쟁으로 대중 의식이 진보화한 덕분이었다.

그러므로 정의당 지도자들이 의회 내 정치공학을 위해 민평당과 동맹하는 것은 불필요한 타협일 뿐이다.

다행히 정의당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정의당 당원)이 반대를 표명했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그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급진적인 요구와 여성, 성소수자, 청년, 비정규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급진대중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 그것이 정의당에게는 가장 큰 실리다.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민평당과의 이미지와 혼재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은 민평당의 파트너로서의 존재감만 부각되지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존재감은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레디앙〉 2018년 3월 12일; 양경규 씨가 소속해 있는 정의당 내 좌파적 의견그룹 ‘진보좌파’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의당여성주의자모임도 민평당의 성적 보수주의를 비판하며 민평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했다. 민평당 의원 김경진은 국가인권위법에서 성적지향 조항 삭제를 추진했고, 박지원은 동성혼을 반대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성소수자들을 방어한 것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그동안 정의당을 지지해 준 소수자들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3월 13일 정의당여성주의자모임 논평)

17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의 좌파는 의원단의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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