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1일 서울시와 서울지하철 양 공사(당시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현재는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지하철 정규직 노조들은 외주화돼 있는 안전업무 4개 분야(역사의 소방설비‧전기‧환기‧냉방)를 위탁계약이 종료되면 직영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1월 31일 서울시는 해당 분야를 공사의 자회사(도시철도ENG)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 노동자들에게 사전에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공사가 직접 고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지하철 3~4호선 전기분야 용역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 찾아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3~4호선 역사 60곳과 차량기지 3곳 내 전기시설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일을 12명이 2인 1조로 합니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역사 내 조명을 LED로 교체하면서 ‘A/S 기간이 줄어들어 업무량도 줄어든다’며 인원을 절반 감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0~30킬로그램이 나가는 작업용 가방과 사다리를 들고 역사를 돌아다니며 일합니다. 누전 등을 확인하려면 10미터 높이 천장 내부에 들어가서 일해야 합니다. 그 안에는 고압선도 있고 위험한 경우가 많은데, 한 명은 사다리를 잡아야 해서 한 명만 들어가서 일합니다. 그 안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어도 혼자라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공사는 우리를 단순조립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월간‧연간 정기검사는 물론, 전 역사의 피뢰침 점검과 분전함[가정의 두꺼비집과 같음] 누전 검사 등 지하철 운영과 안전에 중요한 일을 합니다. 5~8호선에서는 정규직이 해당 업무를 합니다.
“업체가 바뀌어도 우리는 수년간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중에] 임금을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 각종 수당까지 포함해 불과 월 220만 원을 받습니다.
“자회사로의 전환은 결코 정규직 전환이 아닙니다. 서울시와 공사는 비용을 절감하려고 공사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4월 1일부터 자회사로 전환되는데 용역업체 경력이 전혀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회사 최하직급인 7급 1호봉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으면서도, 왜 [우리가] 자회사로 가야 하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전 역사의 전기를 담당하는 우리는 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돼야 합니까?”
노동자들은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도움을 못 받았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노조 집행부는 서울시‧공사에 자회사 전환을 합의해 줬다.
서울시와 공사 스스로 인정했듯, 역사의 소방설비‧전기‧환기‧냉방 업무는 안전업무다. 사실 지하철과 같은 궤도업무는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 안전업무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은 말로만 지하철 안전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책임지고 해당 업무를 공사 직영화하고 노동자들을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