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한 처우 개선, 노동강도는 강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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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1일 서울교통공사 노(정규직 노조 집행부)-사 합의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3월 1일 자로 정규직 전환됐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이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 전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서울시의 방침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당시 노사 합의 내용과 최근 실무합의 내용을 보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못 된다.
첫째, 모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기존 정규직 직급 체계로 온전히 편입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 경력 3년 미만인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 최하 직급(7급) 아래 새로운 직급인 7급보를 부여받았다. 정규직 전환 인원 1285명 중 약 79퍼센트의 인원(1012명)이 이에 해당한다. 2020년 10월 1일이 돼야 7급 부여가 완료된다.
둘째, 그렇다 보니 기존 무기계약직의 73퍼센트(942명으로 7급보의 대다수)는 기본급이 정규직 최하 임금(7급 1호봉으로 약 173만 원)보다 낮다. 이 노동자들은 단계를 거쳐 무기계약직 경력 3년이 넘어야 7급 1호봉 이상의 임금을 받게 된다.
셋째, 기존 경력은 물론, 사규에 있는 사회 경력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정규직 남성 신규 입사자들은 군 경력 등을 인정받아 7급 3호봉부터 시작하는 데 말이다.
온전한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데는 서울시와 공사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올해 전환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약 43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차별과 저임금을 받으며 궂은 일을 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충분히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다.
지난해 말 합의 직후, 당사자들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합의 내용에 대해 기존 정규직 입사자들과 “또 다른 차별”을 두는 것이며, “정규직 전환은 알맹이[제대로 된 처우 개선]는 빠진 채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비판했다.
비용 최소화
이러한 서울시와 사측의 비용 최소화 방침은 3월 1일 정규직 전환 이후 노동조건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량기지 내 식당 조리원 노동자들은 3월 1일 자로 정규직이 됐다. 그런데 사측은 이에 맞춰 조리원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를 개악했다. 이에 조리원 노동자들은 3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동안 조리원들은 식사 인원 대비 조리 인력이 부족해 주 6일 근무를 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 5일제를 위해 기지별 [조리] 인원 충원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사측은 3월 12일부터 인력 충원 없이 주 6일 근무를 주 5일(주중 4일, 주말 1일)로 줄였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은 줄지만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되고 휴일근무수당은 못 받게 돼 임금에서도 손해를 본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개악에 대해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인건비의 상승을 초과근무를 없애 상쇄시키려는 속셈이다” 하고 꼬집었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손목이 아프고 인대가 나가고 어깨가 쑤시[는데]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인원 몫을 노동자들더러 짊어지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유일한 해결책은 인력 충원”이라며 당장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요구한다.
이러한 근무형태 개악을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가 합의해 준 것은 매우 유감이다. 조리원들은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에게 사전 설명조차 없이 노동자들의 의견에 반하여 개악안에 합의한 것은 민주노조 집행부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서울시와 사측은 정규직 전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근무형태 개악을 당장 철회하고, 부족한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