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임무 완수” 선언에도 시리아 위기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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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위기를 가리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해졌다는 주장이 [미국과 러시아] 양쪽 모두에서 제기돼 왔다. 나는 이 말을 한시도 믿은 적이 없다.
쿠바 위기는 [미국] 존 F 케네디 정부가 소련의 수소폭탄 중거리 미사일이 쿠바에 배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면서 촉발됐다.
당시 소련은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부가 미국의 전복 시도(1961년 4월 피그만 침공 등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또, 미국에 크게 뒤지는 장거리 핵미사일 보유 역량을 만회하려고도 했다.
[미국 남부] 마이애미에서 500여 킬로미터 거리에 있고 1958년 혁명 전까지는 미국의 준식민지였던 이 작은 섬에 걸린 판돈은 몹시 컸다. 당시 소련이 쿠바에 전술 핵무기를 잔뜩 배치했었음을 오늘날 우리는 안다.
만약 미국 국방부가 정말로 쿠바를 침공했더라면 쿠바는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지구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것이다.
다행히도 케네디는 장성들의 말을 듣지 않고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와 협상을 타결지었다. 미국이 러시아 인근 터키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철수시키고 쿠바를 침공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소련은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시켰다.
반면, 시리아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패배한 후에 중동 전선에서 군사적으로 전면에 나서길 꺼리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이다. 버락 오바마는 시리아에 개입하기를 거부하고 그 대신 무인폭격기로 이슬람주의자들을 살해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오바마에게 진정한 위협은 중국이었다.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가 부상하자 오바마는 마지못해서 제한된 병력을 이라크와 시리아에 보냈고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미뤘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 정책을 정말로 뒤집은 것은 아니다. 몇 주 전 트럼프는 미군이 시리아에서 “아주 조만간” 철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전했다. “전임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도 시리아에 걸린 미국의 이해관계가 크지 않고 긴 내전을 끝낼 능력도 크지 않다고 결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두 가지 이유에서 여전히 위험하다.
첫째, 그가 매우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TPP는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오바마가 갖은 노력을 다해 추진하던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에 한 일의 하나가 TPP 탈퇴였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그 결정을 되돌릴지 검토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힘써 왔음에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를 두고는 러시아와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TPP
둘째, 오바마에 견줘 트럼프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훨씬 친밀하다. 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지배자들은 둘 다 자신들의 주적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고자 안달이다. 이란은 푸틴과 함께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이다.
그러나 쿠바 위기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소련과의] 전쟁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미국 국방부를 채웠었다면, 지금의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시리아를 둘러싼 위기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데 힘을 기울인다.
그래서 미국은 미사일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시설을 때리면서도, 시리아 여기저기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을 겨냥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오늘날 시리아에 이처럼 많은 외국군(이란, 터키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있다)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은 시리아에 걸린 미국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작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시리아를 둘러싼 투쟁이 더 커다란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을 키운다.
이런 분석 속에서 지배자들의 언사를 봐야 한다. 미국에게 러시아는 성가신 존재이지, 과거 소련처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대가 못 된다. 그러나 서방 권력자들의 상당수는 푸틴이 자신들의 약점을 캐내려 하는 것을 두고 “신냉전”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특히 어리석은 호들갑은 4월 10일 영국의 UN 대사 캐런 피어스가 한 말이다. 그는 “(마르크스는) 자신의 가르침 대로 탄생한 나라가 지금 시리아를 지원한다며 벌이는 짓을 보면 무덤에서 땅일 칠 것”이라고 했다. 이 양반은 러시아 국가가 1917년 혁명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 왔고 푸틴이 모델로 삼는 것은 마르크스나 레닌이 아니라 차르와 러시아정교회의 권위주의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냉전 운운하는 히스테리는 오늘날 도처에서 발견된다. 만약 트럼프가 자기 앞가림을 위해 이런 언사에 맞게 실천하려 든다면, 상황은 정말로 고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