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한 지 반 년도 안 돼 후퇴하는 ‘문재인 케어’
〈노동자 연대〉 구독
‘문재인 케어’에 반대해 파업을 예고한 신임 의사협회 회장이 협회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파업을 유보했다. 골수 우파로 알려진 의사협회 회장의 반발만 보면 ‘문재인 케어’가 엄청난 보장성 강화 정책인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다.
‘문재인 케어’는 현재 62퍼센트 수준인 보장률을 임기 중에 70퍼센트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비급여라는 제도를 신설해 비싼 의료비의 주범으로 지목된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 정부가 홍보한 것처럼 ‘획기적’이지는 않겠지만 이 조처로 병원비를 어느 정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검사나 치료를 뜻하는데, 그러다 보니 병·의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한다. 같은 검사나 치료라도 병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초음파 검사, 1~2인실 입원비, 일부 신약 등이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꼭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급여로, 나머지를 비급여로 분류해 왔다.
반면 급여는 건강보험이 일정 비율을 지원하므로 정부(건강보험공단)가 그 가격을 통제한다. 예비급여는 지금까지 비급여로 분류되던 검사나 치료를 일단 급여에 포함시키되 그 보장률은 급여 항목보다 낮게 하는 조처다. 즉, 건강보험이 당장 진료비 대부분을 지원하지는 않아도 가격을 정해서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예비급여의 보장률이 10~70퍼센트로 얼마 되지 않아도 정부가 건강보험 기준 가격을 책정할 때 기존보다 낮게 책정하면 일부 환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신임 의사협회 회장이 입에 거품을 문 까닭이다.
문제는 보장률 목표치 자체가 매우 낮다는 데 있다. OECD 나라들의 평균 의료비 보장률은 80퍼센트 가량 된다. 또, 예비급여로 포함시킨 항목들을 급여화할지 말지는 3~5년 뒤에 결정하겠다며 미뤄뒀다.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지 않는 한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피하려면 장차 건강보험료를 크게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4월 2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효능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항목은 급여화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이런 비급여 항목은 대부분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박능후 장관은 퇴출이 아니라 계속 비급여로 남겨 병원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던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1년도 안 돼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보면 이런 보장성 강화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제약회사 등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고 의료비를 크게 인상시킬 수 있는 ‘의료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에는 신약·신의료기기 규제 완화 조처와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정책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것들이다. 핵심은 민간보험사, 의료기기 회사, 제약회사의 이윤을 위해 환자들의 안전과 개인정보를 팔아넘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