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골병 들지 않고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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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산재의 날을 맞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암 물질 없는 학교, 골병 들지 않는 노동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내 발암 물질은 학생과 교육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에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실내 공기질을 측정했을 당시, 전국에서 400개가 넘는 학교에서 실내 라돈 농도가 권고 기준을 초과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흡연 다음으로 심각한 폐암의 원인으로 일급 발암 물질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석면과 같은 위험 물질을 철거할 때 청소를 맡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학교 전체 공간의 공기질을 측정해 발암 물질을 제거하고, 석면 철거 공사 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펄펄 끓는 물과 기름으로 요리하면서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심지어 안전 장비 없이 솥뚜껑 위에 올라가 후드를 닦는 등 재해 위험이 심각하다.
얼마 전 수원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급식실에서 공조기와 후드 고장을 장기간 방치해서 요리 과정에서 나온 유해 공기를 흡인한 결과다.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이 150명에 달해 다른 공공부문 급식실과 비교해 2~3배 노동강도가 높다. 휴게시간도 부족하고, 인원이 부족해 아파도 쉬지를 못한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통증 호소 비율은 조선소 생산직보다 높다고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심 없는 교육청
급식실에서 17년간 일한 양선희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급식실에 안전 기준도 안전 책임자도 없다.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절단돼도 학교 관리자 눈치를 보면서 직접 병원에 가야 한다. 교육감은 산재 처리만 해주고 안전과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작년 의정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뜨거운 국이 장화 속으로 흘러 들어와 한 급식실 노동자가 수술을 했는데, 1천6백만원의 비급여는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며 교육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겪어도 28.9퍼센트가 전혀 치료받지 않고, 96.6퍼센트가 개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았다. 산재 처리는 2.1퍼센트에 불과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로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실에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아직까지 교육청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운영 매뉴얼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들은 급식 노동자들의 살인적 노동 강도를 완화할 인력 확충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학교 급식실 안전장비 설치, 대체인력 확보, 배치기준 개선을 요구한다. 또, 급식실뿐 아니라 전체 직종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요구한다. 특수교육지도사 등 다양한 직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상 및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력을 확충하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교육 당국은 발암 물질 없는 학교, 골병 들지 않는 노동 환경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