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인종차별 정부에 맞서 당차게 권리를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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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9일 보신각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 쟁취! 2018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가 공동주최 했다.
약 200명이 참가한 이 날 집회는 아주 활기찼다. 이주노동자들은 주먹을 들어 올리고, 구호를 더 외치자고 사회자에게 요청하고, 나팔을 불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했다. 이들의 당찬 모습은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고, 일부는 행진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 외국인 억제를 위한 업계 간담회’(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여는 등 “불법 외국인”이 낮은 임금을 내세워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서는 (미등록이든 아니든) 이주노동자들은 되레 자신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는 사장과 정부에 몹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회에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정부를 비판했다.
“[사장들은] 아프면 꾀병이라고 하고 힘들면 ‘너한테 돈을 주고 있으니까 무조건 일해야 한다’고 한다. 폭행, 폭언은 일상다반사다.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계약 기간까지 일해야 한다. 이것을 노예가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심지어 최저임금 올랐다고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이 논의도 당장 멈춰야 한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개악된다면 이주노동자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이주노동자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을 통해 사장들이 숙식비 명목으로 이주노동자의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퍼센트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이를 이용해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주노조 조합원인 네팔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꿍월 씨는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때문에 겪은 고통을 폭로했다.
“9개월 전에 한국에 와서 농장에서 일했다. [하루에] 11시간 시간을 엎드려서 일해야 해서 목이 아프고 코도 아팠다. 그러나 사장은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사업주에게 170만 원을 주고 나서야 사업장 변경에 성공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조 조합원 라나 씨의 억울한 사연도 체류자격이 고용주 손에 달려있는 문제를 잘 보여 줬다.
“고용허가제는 [최대 연속 체류 허용 기간인] 4년 10개월 동안 한 공장에서 일하고 다시 고용되면, 출국했다가 ‘성실근로자’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이를 바라며 한 공장에서 4년 10개월 동안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사장이 불법파견을 한 것이 적발돼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됐고, 나는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할 수 없게 됐다. 왜 사장이 잘못했는데 노동자가 책임져야 하는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공동체 ‘크메르노동권협회’는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고 월세로 78만원을 받는 사례 등 숙소를 무기 삼아 사장들이 노동자를 쥐어짜는 현실을 폭로했다.
크메르노동권협회의 스레이 나 씨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많은 사장들이 노동자들에게 집세 명목으로 무료로 한시간 두시간의 노동을 더 노동하게 한다. 노동조건 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2017년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는 또한 고용허가제 폐지와 농축산업을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로 한 근로기준법 63조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차별과 억압의 제도에 항의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이주노동자 정책이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로 바뀌었지만 강제노동과 저임금, 착취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연대를 약속했다.
이주노조, 수원이주민센터, 지구인의정류장 등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이주노동자 투쟁 투어 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5월 한 달 동안 문제가 있는 사업장, 이주노동자를 무시하고 고용주 편만 들기로 악명 높은 고용센터나 노동지청 등을 직접 찾아가 항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속·강화하는 이주민 차별 정책은 실업과 저임금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떠넘기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고무하고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