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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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한나라당은 성범죄자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 칩이 들어있는 전자팔찌를 채우거나, 몸에 칩을 붙이는 ‘전자 위치 확인 제도’ 도입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죄 저지르려고 심장 박동 뛰면 그것까지도 감지하는 시스템”이라는 한나라당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곧 웃음거리가 됐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성 관계를 맺는 경우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 뛰는 심장박동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이 쇄도했다.
한나라당은 우리나라의 높은 성범죄 재발률을 지적하며 성범죄자들과 같은 위험한 인물들은 사회에서 격리시키거나 지속적으로 보호·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재범률 수치인 85퍼센트는 이종 재범률이다. 동종 재범률, 즉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2002년 현재 14.1퍼센트다.
강간이나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미 죄값을 치른 사람들에게 전자팔찌를 끼우고 감시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 처벌이다.
미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의 이름과 사진과 거주지 등을 공개하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나 성범죄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없다.
대부분의 인권 단체들은 만기 출소한 전과자들에 전자팔찌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씨는 MBC 100분 토론에서 “가석방이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보호관찰의 일부로 전자팔찌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은 성범죄가 처벌 강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하는 듯하다.
그러나 성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범죄가 아니라 성적 소외와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뒤틀린 자본주의 사회 때문에 일어난다.
이러한 사회를 그대로 놔 둔 채 성범죄자를 속죄양 삼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자팔찌 제도를 전면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