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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중동에서 깡패짓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는 왜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드는가? 트럼프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는 것이 바로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지배계급의 주류적 설명은 에드워드 루스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쓴 기사 제목으로 요약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동에서 불장난을 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트럼프가 고작 허영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을 테지만 문제의 본질에 이르지는 못한다. 이라크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누가 졌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바로 미국과 영국). 그렇지만 승자는 누구였는가? 끊임없이 고통을 받아 왔던 이라크 민중은 당연히 아니다.

정답은 이란이다. 미국·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슬람 공화국[이란]의 가장 위험한 적수인 [이라크 지배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다.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에 이란을 상대로 8년간의 유혈 낭자한 전쟁을 벌인 자다.

더군다나 후세인 정권은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에서 소수인 수니파가 지배력을 휘둘렀음을 반영했다. 억압받던 다수 시아파는 후세인의 몰락 이후 정치적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시아파에 기반을 둔 이란 정권은 십년 넘게 이라크 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또한 이란은 중동의 두 주요 국가인 이라크와 시리아의 부분적 분열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란 정부의 주요 동맹인 레바논 시아파 운동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떠받치는 데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를 패퇴시키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이란 정권을 유리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헤즈볼라는 최근 레바논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사태 전개는 중동의 다른 두 정권, 즉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저주와 같다. 이스라엘은 적대적 이란이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왕가 통치의 정당성을 교조적 수니파 이슬람에서 찾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조지 W 부시의 두 번째 임기 후반부 이래로, 이란을 회유하는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2015년 체결했던 핵협정은 이 정책의 연장선이었고 다른 5개 “세계 열강”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이 협정에 반대했다. 이들이 반대하며 내세우는 가장 큰 근거는 이란이 협정을 어겼다는 것이 아니라(어겼다는 증거는 없다) 이란이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이란이다 ⓒ출처 미군

트럼프가 집권하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신들의 요청에 귀 기울여 줄 미국 대통령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이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전쟁일까? 미국 국방부는 2000년대 중반 이란을 공격하려던 부시 행정부의 계획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을 감당할 의사를 조금치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에 맞서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연합을 지원할 수는 있다. [그런 연합이 구체화한다면] 시온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삼는 이스라엘과, 유대인 차별적인 살라피스트가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잡는 기괴한 연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이라크 전쟁의 균형추가 이라크 쪽으로 기울도록 만들려고 1987~1988년에 미 해군과 공군의 힘을 동원해야 했다. 그리고 이란은 역내 동맹들을 구축하고 있어 중동에 진정한 “화염과 분노”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경제 제재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 시장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며 유럽과 일본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만들려 한다.

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지역이다. 최근 이라크 선거에서는 무끄타다 사드르가 이끄는 연합이 1위를 차지했다. 사드르는 [미국·영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한 대표적 인사였다. 그는 [수도] 바그다드의 사드르시티(그의 가문의 이름을 딴)를 중심으로 시아파 빈민 운동을 이끌었다. 이 운동은 절정기였던 2004년에, 미국과 영국에 대항하던 전국적 반란에 합류할 가능성을 보이며 점령자들을 위협했다.

그런 단결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점령자들, 그리고 훗날 아이시스가 될 세력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저항 운동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했다.

사드르 세력의 무장조직인 ‘마흐디 군대’는 수니파를 상대로 한 암살단에 연루됐다. 비록 사드르가 이를 허락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사드르는 이제 돌아왔다. 그는 미국과 이란 둘 중 하나에 이라크가 종속되는 것을 반대하고 세속주의자와 좌파가 참여하는 연합을 이끌고 있다.

바로 이것은 아랍 세계가 부패한 지배자들이나 외세의 노리개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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