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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미국과 북한의 충돌?

5월 초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동맹국들에게 통보하면서 북핵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지역에서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 관리들의 대북 강경 발언이 잇따랐다. 미 백악관 대변인 스콧 맥클렐런은 7일 “우리는 강한 억지력을 갖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우리의 능력에 대해 오판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 강하게 경고했다. 미 NBC 방송은 미 국방부가 유사시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언론은 북한이 곧 핵실험을 할 것처럼 주장하며 북한 핵실험 준비설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문제는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강경파들이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무부 부대변인 톰 케이시는 “지금 북핵 프로그램에 새로운 평가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외상 마치무라 노부타카도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 오가고 있지만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 관측용 관람대를 설치했다”며 북한 핵실험설을 유포하는 데 가세한 〈뉴욕타임스〉도 이틀 뒤 이런 정보들이 과장됐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러시아‍·‍한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이 모두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에 대해서 내부에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마당에 핵실험 준비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핵실험을 할지는 어느 국가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미국을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아넣고 있다. 그 동안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온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입증한다면 위기 관리자로서 미국의 위신은 추락하기 십상이다.

이것은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딜레마, 즉 북한에 양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북한에 군사적 공격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를 드러낸다. 부시는 4월 말 “이라크 주둔으로 인해 미군의 능력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큰소리쳤지만, 이것이 허세라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얼마 뒤 미 합참의장 리처드 마이어스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어 다른 분쟁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 개입 능력이 크게 제약돼 있음을 인정했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1998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패퇴시키려면 전군에서 64만 명의 미군 병력이 소요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핵 문제를 UN 안보리에 회부해 UN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기도 어렵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반대할 게 뻔하고,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도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에 반대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주요 열강이 포진한 지역에서 전면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는 듯한 상황을 미국으로서 무한정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미국이 보인 모호한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위신을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북핵 대응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북한에 퍼붓는 으름장 뒤에는 북핵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초초함이 배어 있다.

최근 미국 관리들의 잇단 강경 발언은 안보리 회부를 협박해 계속해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밀어넣으려는 목적인 듯하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언론국장은 6일 “우리는 현재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태껏 그래 왔듯 미국의 실질적 양보가 없는 6자회담 참가에 부정적이다.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는 핵무기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중국에 대북 석유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실제로 2003년 중국은 북한으로 공급되는 송유관의 가동을 중단해 북한을 베이징 북-중-미 3자 회담으로 끌어낸 바 있다.

중국 역시 북핵 문제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는 데는 찬성한다. 하지만, 5월 8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북의 핵실험이나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고 북핵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한국에게도 북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6월 중에 열릴 예정인 한미회담의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 핵실험 임박설은 다급한 처지에 있는 미국이 북한을 6자회담장에 끌어들이는 데서 관련국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과장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 되면 6자회담을 통해 시간벌기를 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물건너가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동북아에서 핵경쟁이 가속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조차 상황은 미국의 뜻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서 위기에 빠져 있는 한,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은 언제나 그들의 바람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