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위선적인 중국 정부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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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이 열렸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거리가 먼 중국 정부도 이런 행사를 열었다.
시진핑은 마르크스 사진을 건 인민대회당에서 ‘기념 연설’을 했는데,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을 발전시켰다며 당원들에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울 것을 호소했다. 시진핑의 관제 이론가들은 “시진핑 핵심사상”을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인 양 미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마르크스의 고향인 독일 트리어에 그의 동상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 종주국’이라고 자임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 관료들은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의 분리,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단순히 따분한 이데올로기로 여긴다. 가령, 내가 공산당원이기도 한 중국인 여성 선생님에게 영화 〈청년 마르크스〉를 소개했을 때 선생님은 부담스러워 했다. 왜냐하면 그는 중국에서 살 때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달달 암기해야 하는 무오류의 존재로만 배웠기 때문이다.
한편, 2015년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오니시 히로시 교수가 개최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여름학교〉에 참석한 중국인 대학생들은 비교적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내가 중국 신장위구르족의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의 석사논문을 발표하자, 일부는 나에게 “중국소수민족 정책과 중국정부의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노력을 잘 모른다” 하며 격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적 성격을 알리고자 하는 중국 지식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일부 신좌파 대학생들은 노동자, 농민에게 〈자본론〉을 가르치면서, “노동자의 자기 해방”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활동은 탄압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없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게이오 대학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공산당이 강화되어야 한다면서도,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시진핑 연임 결정에 대해 중국 블로거들은 정부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서 시진핑 정부를 규탄하는 다양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점에서 지금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1989년 천안문 항쟁과 같은 저항이 중국에서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비하면 정부의 힘이 약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결국 대중운동으로 무너진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