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투쟁 투어 버스’ 참가기:
열악한 현실을 들추고 이주노동자의 용기를 북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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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와 이주민 지원 단체인 지구인의정류장, 수원이주민센터가 5월 한 달 동안 '이주노동자 투쟁 투어 버스'(투투버스)를 진행했다. 이주노동자의 요청이 온 사업장이나 고용센터를 순회하며 집회를 하는 것이다. 5월 3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 집회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몇 차례 투투버스에 참가하며 이주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또한 투투버스에 참가한 이주노동자와 투투버스가 방문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에 항의할 용기를 얻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도 적용 안 되는 농업 이주노동자
5월 8일에는 참가자 20여 명이 경기도 여주와 양평의 농장 두 곳에 항의 집회를 하러 갔다. 두 곳 모두 ‘꿈에그린농산’이라는 버섯 재배 업체가 운영하고 있었다.
투투버스에 참가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피에라 씨가 발언을 했다.
“나는 버섯 박스를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손가락이 끼어 부러지는 산재를 당했다. 재활 치료를 계속 받아야 되는데 비자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사장에게 재고용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장은 치료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5~10킬로그램의 느타리버섯 상자를 5미터 높이까지 들어올리고 내리는 일을 시켰다. 항의하자 재고용을 안 하겠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출입국에 임시 비자를 신청했고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장 이동, 체류기간 연장이 모두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는 고용허가제가 낳은 고통이었다.
양평의 다른 농장은 ‘농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완전히 제조업 공장이었다. 그러나 작업 공정 중 일부가 버섯 재배라는 이유로 농업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축산어업을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근기법 63조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이뿐 아니다. 농업 이주노동자의 근로계약서는 기본적인 산수조차 맞지 않는 엉터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루 11시간씩 월 29일 일하도록 돼 있는데 총 노동시간은 226시간으로 표시돼 있는 식이다. 아예 노동시간을 “00:00~00:00”로 표기하고 어쨌든 총 226시간이라고 돼 있는 근로계약서까지 등장했다. 이런 사례들을 수차례 진정을 해도 고용센터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열악한 기숙사 상황
5월 23일에는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함께 논산의 농장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논산까지 가는 동안 크메르어(캄보디아어) 구호를 함께 배웠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혀가 꼬이고 박자가 안 맞아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한마디라도 더 같이 외치기 위해 열심히 따라 했다.
논산 농장에서는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기숙사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탁한 물이 고여 있는 수로 바로 옆에 비닐하우스와 수로 위에 놓여 있는 컨테이너, 그리고 간이 화장실. 비닐하우스는 남성, 컨테이너는 여성 기숙사였다. 식탁으로 쓰는 듯한 접이식 테이블, 냉장고, 가스레인지, 싱크대 등이 한 쪽에 있었다. 부엌이 반쯤은 야외에 있는 셈이다. 주변은 온통 진흙투성이였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턱’ 숨부터 막혔다.
바로 이 기숙사에서 사는 여성 이주노동자가 발언을 했다.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 일한다고 돼 있지만 지난해 하루 11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이틀 쉬었다. 근로계약서에 정해진 대로 일하고 싶다고 사장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사장은 8시간 일하는 대신 집값을 월 30만 원씩 내라고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이주노동자 숙식비 강제 공제 지침은 이런 ‘관행’을 합법화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지침은 고용주가 숙식비 명목으로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퍼센트까지 공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황교안이 박근혜의 권한대행을 할 때 시행된 이 지침을 문재인은 여전히 폐기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미니어 씨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실태를 고발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했고 휴일은 한 달에 이틀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이 120만~130만 원 정도였는데 84만 원을 줬다. 마지막 달 임금은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외부 상담기관에서 갔다 왔더니 숙소 문을 잠그고 못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내 짐을 이 논바닥에 버렸다.”
노동청이 미니어 씨를 포함해 7명의 체불임금을 2400만 원으로 산정해(실제로는 더 된다), 그 사장과 합의하라고 종용한 지도 2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러나 미니어 씨는 여전히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농장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근로계약은 8시간이었지만 하루 11시간 노동에 한 달에 이틀 쉬고, 월급은 8시간만큼도 안 줬다. 그런데 거기서 숙식비를 또 떼어 갔다. 항의하면 “불법체류자가 되든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
용기를 북돋다
투투버스는 이주노동자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여주 농장의 캄보디아 노동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점심시간에 집회 소리를 듣고] 노동자들이 약간 흥분했어요. 전에는 일 빨리 하라고 윽박지르던 반장과 작은 사장이 오후 내내 노동자들 눈치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지금까지 불만은 있지만 항의를 지레 포기했던 노동자들이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봐요. ‘우리가 못 받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거야?’, ‘매주 하루는 쉬고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해 달라고 사장한테 말해 볼까?’ 그에 대해서 우리끼리 조만간 토론해 보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또 다른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전혀 관계 없는 한국인 노동자, 한국인 활동가들이 버스를 몰고 여기까지 와서 내 사장한테 같이 외쳐 줘서, 처음으로 ‘내 임금을 못 받았습니다. 사장님, 내 돈 주세요’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 너무 즐겁습니다.”
이처럼 이번 투투버스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