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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 위기:
다시 불안정해지는 세계경제

최근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통화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5월 초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가치가 한 달 만에 15퍼센트 넘게 폭락했다. 기준 금리를 40퍼센트로 인상했지만 통화 위기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20퍼센트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끔찍한 고금리와 물가 인상, 그리고 정부의 친시장 정책으로 아르헨티나인들이 겪는 고통은 엄청날 것이다.

“IMF=배고픔, 빈곤, 실업”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의 거리 ⓒ출처 Gaston Cuello

터키도 최근 리라화의 가치가 급락하자 기준 금리를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금리를 대폭 인상했지만 통화 가치 하락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신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1997년과 같은] 예전의 외환·금융위기의 냄새를 풍긴다”며 우려했다.

크루그먼은 “신흥시장에서 최근 10년간 기업 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는데, 대부분이 외채이며 특히 달러표시 외채”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 세계 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2008년 위기 이후 실물 경제의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값싼 신용을 바탕으로 경제를 부양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취약한 곳부터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브라질, 인도, 터키에서 20퍼센트가 넘는 회사가 빚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있고 그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회복이 불충분하고, 세계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취약함

미국 경제는 회복세이긴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더디다. 미국은 실업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아예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트럼프가 대규모 기업 감세를 하며 기업 투자를 고무하려 했지만, 기업들은 생산적 투자보다는 주식을 사거나 배당을 하는 데 더 많은 여유 자금을 쓰고 있다.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순 산업 투자는 2014년 4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도 최근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정 등이 더해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올해 1사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세계경제는 2015~2016년의 침체,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회복기를 거쳐 다시금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과 3월 전체 산업생산이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와 운송장비 등 제조업 분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실업률도 악화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경제 관료들 내에서도 경기를 비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악하는 등 친기업적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저항도 존재한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트럭 운전 기사들이 유가보조금 지급과 최저 운송요금 보장을 요구하며 도로 봉쇄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에 트럭 100만 대가 참가했다고 한다. 이 파업으로 연료 운송이 중단돼 학교들이 휴교하고, 시내 버스와 항공 노선이 마비되고,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의 60개 도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의 강력한 투쟁이 벌어졌고, 부분적인 양보를 얻어 냈다.

한국 노동자들도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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