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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적 적대심이 기저에 흐르는 영화 〈버닝〉

이창동 감독, 148분

영화 〈버닝〉은 사라진 주인공의 행방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다양한 암시와 은유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 하지만 한 가지 메시지는 뚜렷하다. 계급적 불평등과 적개심. 이것이 영화를 관통하는 전개 요소이자 배경이다.

영화는 알바로 고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인물, 종수와 해미를 통해 오늘날 청년들의 소외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 어둡고 좁은 자취방, 이혼과 빚 문제로 해체된 가족 등 평범하고 흔한 오늘날 20~30대 청년들의 모습이면서도 어딘가 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암울하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 벤은 완전히 반대편 계급이다. 직업이 뭐냐는 종수의 질문에 벤은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이것 저것 해요.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구분이 없어요.”

종수와 벤은 끊임없이 대조된다. 낡고 시끄러운 트럭과 비싼 외제차, 변기가 싱크대 옆에 붙은 자취방과 강남의 호화 오피스텔 등. 종수는 해미를 사랑하지만, 벤은 자신의 부자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해미를 데려가 신기하고 우스운 구경거리로 만든다.

벤은 두 달에 한 번씩 ‘취미’ 삼아 자기 눈에 거슬리는 비닐하우스를 불태운다. 종수는 묻는다. “쓸모 없고 불필요한지는 형이 판단하는 건가요?” 벤이 답한다. “난 판단하지 않아요. 받아들이는 거지. … 비가 온다. 강이 넘치고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떠내려 간다. 흐흐(웃음). 비가 그걸 판단을 해? 거기 판단은 없어요. 자연의 도덕만 있지.”

벤은 마치 노동계급을 더러운 ‘개·돼지’ 취급하면서, 그런 것들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당연히 제거돼야 한다고 여기는 지배계급의 화신 같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좀더 큰 여운으로 남는 것은 역겨울 정도로 오만하고 냉혈한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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