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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엉터리 사회주의 사상:
싱가포르의 ‘성공’을 배우겠다?

6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가려고 중국 정부가 제공한 전용기를 탄 것은 여러 가지 점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 일이었다.

그중에 북한 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과 어려움이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능력이 있는 북한이 자국 항공기를 믿지 못해 중국에 전용기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대북 제재로 여객기 한 대 제대로 도입해 운항하기 어려운 처지임을 드러내면서,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낙후했고 부문별로 극도로 불균형한 상태임도 상징적으로 보여 준 듯하다.

세습 지배자들의 만남 6월 10일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셴룽 총리 ⓒ출처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ingapore

분명 최근의 대북 제재 강화는 북한이 협상에 나선 배경의 하나였다. 올해 초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인민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의 어려운 생활”을 참았다며, 제재 강화가 주는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해외 자금줄 차단을 강화하는 동시에, 원유 수입, 자원 수출입,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등 북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히는 제재 프로그램을 강화해 왔다. 이를 위해 중국, 러시아 등을 압박했다.

그래서 북한의 무역수지 전망이 밝지 않았다.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북한이 이르면 올해 외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대북 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의 외환 보유액이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면서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1]

북·미 대화는 분명 중국, 러시아 쪽의 제재를 이완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당장 제재 문제를 푸는 것 외에 김정은 정권은 그 이상을 원하는 것 같다. 재미교포 학자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조선로동당 관계자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세상 모든 나라 중에서 제일 의존하면 안 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의 무게중심이 갈수록 중국 쪽으로 쏠리는 데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2]

북한 지배 관료들은 낙후한 경제를 재건하기를 열망하며, 과도한 대중국 의존에서도 벗어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서방,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 왔다. 김정은은 정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시장 개혁·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델

그런 모든 점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려고 방문한 싱가포르는 북한에게 거의 이상적인 모델이었을 것 같다.

정상회담 전날인 6월 11일 저녁 김정은은 싱가포르 곳곳을 둘러봤다. 다음날 〈로동신문〉은 이를 신속하게 1면에 보도하며 김정은의 말도 전했다. “오늘 참관을 통해 싱가포르의 경제적 잠재력과 발전상을 잘 알게 됐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 한다.”

물론 북한의 전면적인 시장 개혁·개방은 쉽지 않은 길이다. 미국과의 관계부터 완전히 풀려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에야 비로소 개혁·개방을 크게 진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 지향적 ‘개혁·개방’이 과연 북한 노동계급에 바람직한 길인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시장 개방으로 세계적 물류 중심지이자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다. 서방과 중국 자본 모두에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의 강력한 노동 탄압 속에서 가능했다. 지금도 싱가포르 노동자들은 국가로부터 독립된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어렵다.

싱가포르는 또한 전체 인구 530만 명 중 130만 명에 이르는 이주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한다. 이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이 극심해, 2013년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극도의 통제와 태형까지 포함된 엄한 형법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말이다.

싱가포르는 일당 국가를 유지해 왔다. 의회는 거수기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싱가포르 독재자 리콴유(1923~2015)가 박정희를 존경했다는 것은 유명하다. 싱가포르는 정치 권력을 세습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금 리콴유의 아들이 총리로 장기 집권 중이다.

이런 싱가포르에 북한 지배자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북한 사회의 진정한 성격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북한이 미래에 어찌어찌 시장 ‘개혁·개방’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북한 노동계급에 전혀 진보가 아니다. 전면적 국가자본주의에서 시장 자본주의로의 옆걸음일 뿐일 것이다. 남한과 미국 등 세계의 우파는 환호하겠지만 말이다.



[1] 류종훈 외,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가나출판사, 2018, 217쪽.

[2] 박한식·강국진, 《선을 넘어 생각한다》, 부키, 2018, 146~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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