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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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 15일)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고,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이하 학습지노조) 역시 법이 인정하는 노동조합이라고 판결했다. 오늘 판결 직후, 대법원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함께 싸우다가 숨진 동료 조합원의 이름을 언급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법정 싸움은 2010년에 재능교육 사측이 임금 삭감과 단체협약 파기에 맞서 싸운 학습지노조 조합원을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지만 두 번 모두 각하됐다.
이후 행정법원(1심) 재판부는 2012년에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한다는 판결(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불인정,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과 노동자성 인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고등법원(2심) 재판부는 다시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고 이들로 구성된 조합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뒤집어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미 1999년에 만들어 필증도 받아 활동해 온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황당한 판결이었다. 그 과정에서 함께 복직 투쟁을 하던 조합원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법의 판결과 별개로 노동자들이 수천 일 동안 고공 농성까지 불사하며 끈질기게 싸운 덕분에 이미 전원 복직됐다. 그러나 현재도 사측은 “당신들은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따위의 말을 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들을 묵살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노동자들은 다시 매주 금요일에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해 왔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1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부족하더라도 노동자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유득규 학습지노조 조합원은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고인이 된] 이지현 전 법규부장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 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이름이 나오자 조합원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이제 돌아서 돌아서 다시 제자리에 도착했다. 처음 시작의 마음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항상 우리에게 [위선적으로] ‘안타깝다, 너희가 노조면 되는데…’ 하고 말했는데 이제 다시 교섭을 시작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 하고 말했다.
황창훈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오늘 판결은 1심 행정법원 판결을 원상회복한 정도이다. 이걸 기쁘다고만 할 수가 없다”고 하며, “단체활동은 당연한 권리이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당연한 권리를 위해 계속 투쟁했다. ... 오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노조를 만들어 활동할 권리를 인정받은 것이다. 노동자를 고용했을 때 회사가 당연히 져야만 하는 책임[근로기준법 준수]을 지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해 힘차게 싸우겠다” 하고 포부를 밝혔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문재인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뭐하고 있나. 정부안으로 개정안을 내야 한다. ...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보장하라는 대정부 투쟁이 필요하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하반기 노조할 권리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