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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당들은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지난 5월 5일 영국 총선 결과, 노동당은 646석 중 356석을 확보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당은 197석을, 자유민주당은 62석을 얻었다.

토니 블레어는 다우닝가(총리 관저)에 재입주했지만, 벌써부터 그가 언제 사퇴할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타임스〉는 “노동당 수뇌부가 벌써부터 블레어의 장래를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하느냐 마느냐는 쟁점이 아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블레어는 역대 총리들의 득표율 중 가장 낮은 36퍼센트를 얻었다. 1929년에 자유당에 기대어 소수파 정부를 이끌었던 램지 맥도날드조차 37퍼센트를 획득했다. 블레어는 노동당이 패배했던 1979년·1987년·1992년 선거 때보다 더 적은 표를 얻었다.

이는 이라크 전쟁과 반전 운동 때문이었다. 블레어가 죽인 사람들과 그가 말한 거짓말이 유령이 되어 블레어에게 일격을 가한 셈이다.

또, 블레어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가령, 연금 ‘개혁’ 같은)도 그의 급소를 가격한 부메랑이 됐다.

그렇다고 보수당이 승리한 것도 아니다. 노동당과 보수당 두 당의 득표 합계는 역사상 가장 저조하다.

두 주요 정당들에 대한 지지는 무너지고 있다. 1979년에 전체 등록 대상 유권자의 61퍼센트가 노동당이나 보수당에 투표했다. 그 수치는 1983년에 51퍼센트, 2001년에는 43퍼센트까지 감소했고, 지금은 더 낮다 ― 42퍼센트.

게다가 두 정당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더는 예전처럼 열의가 있지 않다. 노동당 지지자의 16퍼센트만이, 보수당 지지자의 14퍼센트만이 자기가 선택한 정당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투표율도 역사상 가장 낮다. 1992년에 유권자의 78퍼센트가 투표소에 갔다. 5년 뒤에는 71퍼센트, 2001년에는 59퍼센트까지 투표율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1918년 이래 두번째로 낮은 61퍼센트였다.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기성 정당들이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사에 초점과 통로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들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정서도 팽배하다. 1980년대 초에 보수당과 노동당이 다르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80퍼센트였다. 오늘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27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그저 보수당이 더 나쁘다고 위협함으로써만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 자유민주당은 노동당에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됐다. 언론이 그 당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당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그 당은 약 6백만 표를 얻었다. 1992년 득표와 똑같다. 그러나 1983년 득표보다는 거의 2백만 표가 적다.

이것은 자유민주당이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자유민주당의 득표력 제고는 반(反)블레어 효과 덕분이지, 대중의 장기적인 방향 선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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