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정규직화” 인천공항 비정규직 결의대회: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항의가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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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상징인 사업장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공항 노사는 전체 비정규직 중 30퍼센트를 공사로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70퍼센트는 자회사로 고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임금 등 구체적인 처우 개선은 합의 이후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이 합의가 성에 차지 않았지만, 후속 협의에서 처우 개선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합의가 신속히 이행되길 바랐다.
정부는 최근 경영평가에서도 정규직 전환 ‘성과’를 인정해 인천공항에 A 등급을 주며 생색을 냈지만, 지금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측이 반년이 넘도록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후퇴한 안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처우 개선은커녕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사측은 자회사 숫자를 늘리고 전환자도 별도의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전원 고용 승계 합의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근속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청업체에 지급되던 이윤과 일반관리비 전액을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로 한 합의도 무시하고 있다. 여기에 용역업체와 계약 기간을 존중해야 한다며 최종 전환 시점을 2020년까지 미루려 한다!
6월 19일 열린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결의대회에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2000여 명이 모였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저는 환경미화로 10년간 일해 왔는데,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적성 검사와 면접 절차 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왜 정규직 전환 과정이 우리에게 불안감만 주고 있습니까? 12월 26일 합의문에서는 하청업체의 이윤과 관리비를 우리의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해 놓고, 말을 뒤집는 것은 왜 그런 것입니까? 현장에는 불만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촛불로 대통령을 바꾸고 정규직 전환으로 우리의 삶도 바뀔 줄 알았는데, 정부와 공사는 약속을 어기고 있습니다. 우리에 대한 ‘희망 고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정명선 사무장)
희망 고문
토목지회 조합원도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우리가 받는 임금이 다 제 각각인데, 공사가 협력업체에 인건비 명목으로 준 돈의 50~90퍼센트 수준을 받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자회사 전환 후에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자회사로 전환돼도 근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버스지회 조합원은 임시 자회사로 고용되고 나서도 임금·조건이 전혀 바뀌지 않아 답답해 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의에 대해 여전히 불만족스러워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도로를 관리하고 제설하는 일을 하는 토목지회 조합원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우리가 왜 필수적이고 위험한 직종에 포함될 수 없는가”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인천공항 외각 경비 일을 15년간 해 온 특경대지회 한 조합원은 “특경대지회의 경우 직접 고용과 자회사 고용으로 나뉘게 됐는데, 그렇게 되면 전에는 협력적으로 이루어졌던 외각·초소 업무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며 공항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조건 후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한 것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의 분노가 컸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악으로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임금이 동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공격을 하고 있다. 이미 승객보안검색 분야 협력업체들은 노동자들이 반대했음에도 기존 3조 2교대제를 12조 8교대로 개편했다.
소영훈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조직국장은 12조 8교대로 “새벽 출근, 야간 근무를 더 하게 하고 있습니다. … 다른 분야의 노동강도 강화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1인당 담당해야 하는 비행기, 이용객, 수화물, 승강기 등 일거리가 계속 늘어나지만, 인원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사는 제2터미널로 일이 분산돼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인력 충원을 통해 실현되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합니다” 하고 주장했다.
최근 문재인은 “(지방 선거에서의) 높은 지지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고, 이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며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재 심정을 묘사하는 것 같다. 19일 집회는 켜켜이 쌓여 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높은 불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만이 커져 가면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인력 부족 해소,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과 12조 8교대 개악 철회 등의 요구는 정당하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확대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