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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 열망을 확인한 6·13 교육감 선거

6월 22일 전교조 청와대 앞 농성장에 방문한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 ⓒ출처 전교조

6·13 교육감 선거는 전체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했다(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제외).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광주 등 3곳을 제외하면 4년 전에 비해 대부분 득표율이 상승했다. 자유한국당의 대패와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 이후 우파에 대한 반감과 진보 교육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 줬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전교조 인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공동 공약으로 발표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수 교육감 일색이었던 울산에서 진보 교육감으로 노옥희 후보가 당선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1986년 한국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명의로 발표된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바 있다. 이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울산시장 후보와 진보신당 울산 동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등 울산에서 진보 정당 활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홍준표는 선거 때 교총을 방문해 “전교조 창립 이후 교육 현장에서 좌파 이념이 확산돼 어린 학생들을 세뇌해 외눈박이로 세상을 보게 했다”고 이데올로기 공세를 폈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는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과 전교조 없는 학교를 내세웠던 보수 교육감들이 통쾌하게 참패했다. 오히려 전교조 출신의 진보 교육감 후보가 10명(4년 전 8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전교조 출신이라고 진보적 교육 정책을 펼친다는 보장은 없다.

보수 교육감은 대구·경북·대전 3곳에서만 당선됐는데, 대구·경북의 보수 교육감 득표율은 4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경북의 진보 교육감 이찬교 후보는 22.4퍼센트를 획득해 임종식 보수 교육감 당선자에 비해 5.8퍼센트포인트 차이를, 대전은 성광진 진보 교육감 후보가 47퍼센트를 획득해 설동호 보수 교육감보다 6퍼센트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났다. 보수 교육감들도 교육 개혁 열망을 무시할 수가 없어 무상교육을 공약해야 했다.

공약 어기기

지난 선거 때 민주진보 단일후보였던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4년 동안 공약을 어기며, 학교 비정규직 대량 해고, 전교조의 단협 거부 등 그를 지지했던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이번에는 아예 민주진보 단일후보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에 “저는 단언컨대 진보 교육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정은 진보 교육의 열망과 자유한국당에서 이탈한 표를 얻으려고 기회주의적 행보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 교육공무직 본부, 전교조,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의 지지를 받으며 “노동 존중”을 공약한 진보 교육감 송주명 후보가 17.6퍼센트 득표했다. 진보 표가 분열했음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것이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4년 전에 비해 대부분 득표율이 상승했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비롯한 대부분의 진보 교육감의 득표율이 상승한 것은 지난 4년 동안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에 잘 부응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에 대한 환멸 때문에 반사이익을 본 것이었다. 특히,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민주진보 교육감에서 민주를 강조했다.

반면, 진보 교육감 후보 중에서 광주(장휘국), 전북(김승환), 전남(장석웅)의 득표율은 감소했다. 특히 3선에 도전한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2011년 12월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644명을 집단 해고하고 전원 신규채용을 추진하려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반발한 경험이 있다. 2017년에도 초등학교 돌봄노동자 134명을 해고하고 고용 승계 없는 신규 채용을 결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공공운수노조는 투표 직전(6월 8일)에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독립적

전교조는 이번 선거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진보 교육감들에 대해 “냉철한 비판자이자 따뜻한 동반자로서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협력하겠다”고 했다.

2014년에 진보 교육감 13명이 당선했지만 전교조 조합원들을 비롯해 진보 교육을 염원한 많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자사고 등은 계속 유지됐고,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 상태다. 진보 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교육·노동 정책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문재인 정부 1년 평가에서 교육정책 만족도가 30퍼센트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지방선거 후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히자, 전국 시도교육감 일동 명의로 “전교조의 법적지위 회복,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호소합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박근혜 정부하에서 진보 교육감들은 전교조 전임자들을 해고하고, 단협을 폐기하는 등 반노동적인 행동을 했고,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에도 정부와 독립적으로 실질적 교육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교조는 지난 진보 교육감의 문제점을 분명히 비판하고,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과 해 온 ‘협치’가 낳은 문제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일부 조합원들은 교육청 관료가 돼 진보 교육감과 함께 국가기구 안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진보 교육감을 견제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전교조의 투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재정, 장휘국 등 진보 교육감들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던 지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진보 교육감들에 맞서 자신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좋은 본보기다. 이런 경험은 교육공무직본부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를 내세웠던 점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진보 교육감들에게 요구하며 투쟁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을 확산해야 한다.

진정한 교육 개혁은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을 통해 위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전교조는 ‘투쟁’과 ‘협력’을 동시에 이야기하면서 투쟁 방향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드러난 진보 교육에 대한 열망을 자양분 삼아, 교육부·교육청과 독립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할 때만이 실질적인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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