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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2의 그리스 되나?

저성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그리스에서는 극심한 경기 후퇴와 그 처방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가 화두가 된 바 있다. 이는 이듬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 유럽 지배자들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돼 유럽연합이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다르다는 점이 유럽 지배자들의 진정한 문제다. 이탈리아는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 중 독일·프랑스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크다.

2015년에 유럽 지배자들은 그리스의 경제 규모가 작다는 점을 이용해 유럽연합에서 추방해 본보기 삼겠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서 강경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상대로 그랬다가는 프랑스 등지의 핵심 은행들이 함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이탈리아 경제 사정은 끔찍하다. 경제 규모는 2008년보다 여전히 6퍼센트나 작고 투자는 20퍼센트나 낮다. 25~29세 청년 셋 중 한 명이 실업자인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신입사원 30명을 뽑겠다고 하자 무려 8만 명이 지원했다.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거리 이탈리아의 절대 빈곤층은 500만 명에 달한다 ⓒ이미진

생계 필수품 수급에 곤란함을 겪는 절대 빈곤층이 500만 명에 달했고(인구 7퍼센트), 그중 30만 명은 지난해에 새로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경우다. 지배자들은 이탈리아 경제가 그 나름으로 회복 중이라고 말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럽과 이탈리아 지배자들은 수년간 긴축과 고통을 강요해 왔고, 2011~2014년에는 선출되지도 않은 유럽연합의 ‘낙하산’ 인사가 이탈리아 총리를 맡기도 했다. 대의민주주의를 가뿐히 무시한 이 처사는 당연히 불만을 샀고 경제도 회복시키지 못했다. 독일·프랑스·영국처럼 경제 사정이 더 나은 나라들이 난민 지원의 책임을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연안국들에게 떠넘긴 것도 유럽연합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는 정치 위기로도 번져 유럽연합을 위협하고 있다. 3월 총선 결과로 서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포퓰리스트 우파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은 한때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선동했다. 집권을 앞두고는 거둬들였지만, 빈민에게 최저생계비 지급, 부자 감세를 내걸고 있다. 이것이 재정적자를 더 키울 공산이 크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유로화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유럽 지배자들이 이를 막고자 이탈리아 정부와 충돌하면, 2015년 그리스의 좌파 개혁주의 정당 시리자가 했듯이, 유럽연합에 대한 반대 국민투표 등을 선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극우 정당 ‘동맹’의 지도자가 난민 정책을 앞세워 유럽연합에 대한 우파적 비판을 가하는 것도 유럽 주류 지배자들에게는 까다로운 일이다. 유럽 주류 지배자들은 난민을 박해하는 데는 극우 세력과 이견이 없지만, 속도 조절을 하지 않으면 자칫 유럽연합을 지탱하는 골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독일에서는 연정의 군소 파트너인 기사당이 더 강경한 국경 정책을 요구하고 연정 파기까지 운운하며 정부를 흔드는 일이 있었다. 기사당은 난민 배척 경쟁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에게 밀려 표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런 일을 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우익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선 것은 유럽 각국에서 주류 정당과 유럽연합에 대한 우파적 도전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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