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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지키자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해양 석유·천연가스를 시추·생산하는 장비) 일감이 바닥나면서 노동자 수천 명의 일자리가 위협 받고 있다. 사측은 곧 있을 생산 중단 사태에 대응해 남아 있는 정규직 2300여 명을 무급 휴직하고, 비정규직 2600여 명을 해고하려 한다.

해양플랜트가 호황이던 2013년에는 이 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3만 명이나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저유가가 지속돼 일감이 줄자 사측은 비정규직 2만 수천 명을 이미 해고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잘려 나간 자리에 남아 있던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며 일해 왔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장기간 휴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한 노동자는 말했다. “저는 지난해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어요. 회사는 복귀하기 전날에 휴직을 연장한다는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휴직 기간을 연장하고 있어요.”

사측은 이에 더해 최근 노동자들에게 무급 휴직까지 강요하고 나섰다. 다른 한 노동자는 말했다. “관리자가 와서 장기 해외 파견을 나갈래, 2~3년간 무급휴직 할래 하고 물었어요. 몇 년간 무급휴직은 해고와 다름없으니, 어쩔 수 없이 파견을 가겠다고 했죠.”

고용안정 쟁취, 원하청 공동투쟁 5월 29일 2018년 현대중공업 임단투 출정식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측의 공격은 일감이 없는 곳만을 향하는 것도 아니다. 일이 있는데도 인건비를 줄이려고 외주화·분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엔진·플랜트·중앙기술원 등에서 일하는 401명이 그 대상이다. 지난해 기업 분할된 현대일렉트릭에서도 외주·분사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것이 관철되면, 또 다른 정규직 노동자 497명이 비정규직 신세로 내몰리게 된다.

이미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사측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압박하며, 수천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노동자들의 반발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부문별로 노동자들을 각개격파 하는 전술을 꺼내 든 것이다.

이렇게 야금야금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둑에 구멍이 한 두 개씩 뚫리는 것을 방치하면, 더 큰 구멍이 생기고 둑이 무너질 수 있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일감이 바닥 났다고 고용을 지킬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지난해부터 수주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임금·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조선 부문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해양플랜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워 사측을 압박한다면 말이다.

이럴 때, 임금·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 그래야 지난 몇 년간 임금이 크게 줄어 고통을 받아 온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라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조 지도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유급 휴직이나 숙련 향상 프로그램 등을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 물론 그것은 사측이 강요하는 무급 휴직이나 활동가 탄압용 ‘직무 교육’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유급휴직 등의 요구는 1년여간 연속된 휴직으로 임금이 깎이고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을 주지 못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7월 13일 7시간 파업을 한다. 최근 일부 대의원과 활동가들은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맞선 단결 투쟁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다.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 지방선거의 이슈가 됐던 상황은 결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정세가 아님을 보여 준다. 현대중공업의 투사들이 싸울 기회가 있음을 이해하고, 기층에서 단결 투쟁을 건설해 나간다면 지지를 넓히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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