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건설 노동자 파업:
노동기본권 보장하고 건설근로자법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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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전국의 건설노동자 수만 명이 일손을 놓고 서울에 모인다. 덤프·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 목수, 철근공, 타워크레인 조종사, 외선전기 노동자 등 직종도 고용주도 다른 노동자들이 한데 모인다.
건설 현장 조건을 개선하려면 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매번 투쟁 때마다 정부가 약속해 무마해 놓고는 지키지 않은 것들을 지키라고 촉구한다. 이번 상경 투쟁에서 건설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 건설근로자법을 비롯한 법·제도 개선, 안전한 건설현장 쟁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토목건축·타워크레인 임단협 승리도 주요 목표다.
건설 노동자는 7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몇 주 혹은 몇 개월마다 새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각종 사회보장에서도 소외돼 언제나 ‘내일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월 평균 267만 원인 임금은 전 산업 평균의 78퍼센트 수준이지만, 이조차도 체불되기 일쑤다. 건설현장에서 매해 500~600명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 11월 건설 노동자들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잠시 마포대교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12월에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퇴직공제제도 개선, 임금지급 보증제, 적정임금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건설근로자법 개정도 대책에 포함됐다.
그러나 2018년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 것은 하루 4200원 하던 퇴직공제부금을 800원 올린 것뿐이다.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차일피일 미뤘다. 부족한 대책마저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놓고는 건설노조 파업이 다가온 7월이 돼서야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이번 상경투쟁은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 집회였던 6월 30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뒤로 불과 2주 만에 벌어지는 노동자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이는 대(對) 정부 시위다. 건설 노동자 상경 투쟁 바로 다음 날에는 금속 노동자들도 하루 상경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두고, 건설기계 산재보험 특례 적용 추진, 직접 시공 확대, 다단계 하도급 근절이 포함된 건설산업 혁신방안 등을 내놓았다. 서울경인철콘연합회가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와 임금 인상을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산재보험 특례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것도 이런 대책 중 하나다. 그러나 보험료의 절반과 파손된 차량의 수리비를 노동자가 부담해야 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건설 노동자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처럼 당장의 곤경을 모면하려고 한 약속이 립서비스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따라서 상경투쟁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약속 이행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서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후퇴
올해는 건설경기가 후퇴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내건설수주는 2015년 이후 3년 동안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14.7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줄어드는 이윤을 만회하려는 기업주들의 공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52시간 시행에도 기업주들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요구하며 노동강도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등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대기자가 늘고 있다. 사용자들은 고용 불안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하며 조건 하락을 압박할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더 많은 건설 노동자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내국인과 외국인’과 같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정부와 기업주들의 이간질에 휘둘리지 말고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내걸고 투쟁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게 투쟁을 강화해야만, 다단계 하도급, 포괄임금제와 같은 고질적인 병폐들을 뿌리뽑고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