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이빨을 드러낸 기성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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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삼성 회장 이건희의 “학위 구입식”을 저지한 다음 날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그 독사 같은 이빨로 학생들을 물어뜯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생들이 이건희에게 “물리적, 정신적 박해”를 했다(〈조선일보〉). “신체적 위협까지 가하는 위험한 행동”(〈동아일보〉), “학생들은 아주 거칠었다. 닫힌 철제 셔터를 부수려고 안간힘을 썼고 아우성과 욕설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외부와 단절된 100분”(〈조선일보〉), “학생들이 이 회장 일행을 덮쳤다”(〈헤럴드경제〉) 등 마치 학생들이 이건희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양 거짓 보도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오죽했으면 오히려 삼성측에서 “일부 언론이 특유의 과장 보도를 했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심지어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한 것처럼 억지로 꾸며서 보도하는가 하면 학위수여 반대 시위에 참가한 ‘다함께’에 대해서는 “학생연합단체”(〈서울신문〉) “다함께는 … 민중민주 노선의 학생운동 조직인 ‘학생연대’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동아일보〉)이라는 둥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를 소설 쓰듯 ‘생생하게’ 다루기도 했다.
시위 참가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열을 올리는 반면, 이들 언론은 이건희가 학위수여식에서 읽지도 않은 답사를 구구절절이 인용해 가며 입이 마르도록 그를 칭송했다.
그들이 “경제대통령” 이건희를 떠받들듯이 지난 수십 년 간 칭송해 온 것은 일제 하 천황과 일본의 지배, 해방 직후의 미군정, 박정희와 전두환의 “강력한 리더쉽”,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무한경쟁과 신자유주의였다.
반면에, 대기업이자 수입의 80퍼센트 이상을 대기업 광고비에 의존하는 언론이 가장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것은 “반기업정서”와 “반자본·반전을 표방하는 단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이나 생각으로만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학생들이다.
이건희 반대 시위에 대한 기성 언론들의 광기 어린 태도는 자본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자본주의 언론의 본질을 아주 잘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