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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유럽 순방은 극우파를 선동하는 것이다

7월 13일 영국인 25만 명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의 방문에 항의했다. 사진은 행진 시위대가 들고 다닌 트럼프 조롱 인형 ⓒ가이 스몰만

타리크 알리는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중도좌파·중도우파 주류 정당과 언론들에 ‘극단적 중도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 극단적 중도파는 도널드 트럼프의 유럽 순방을 보면 그가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의 국정 수행은 분명 변덕스럽고 때때로 멍청하기도 하다. 트럼프가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에게 유럽연합을 고소하라고 조언한 것은 그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4차원인지 보여 준다.

그러나 기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트럼프의 임기응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자칫 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트럼프가 애청하는 극단적 보수주의 뉴스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는 그의 유럽 순방을 “세계적 분열 일으키기 순방”이라고 불렀는데, 정말로 그랬다.

트럼프는 정확하게 유럽의 극단적 중도파들, 그중에서도 현재 유럽연합을 좌지우지하는 중도우파를 정조준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에 화력을 집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메르켈은 유럽의 주도적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허영으로 가득 찬 트럼프로서는, 2016년 11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했을 때 온갖 아첨꾼들이 메르켈을 두고 “자유세계의 진정한 지도자”라고 한 것이 내심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독일을 겨냥한 데는 전략적 이유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동맹국과 교역국들에게 체계적으로 강탈당해 왔다고 여긴다. 당연히 그에게는 중국이 최대 강탈 국가이고, 그래서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7월 15일 이렇게도 말했다. “무역에서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보면, 유럽연합은 적이다.” 게다가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데다가, 국방비가 국민소득의 1.2퍼센트밖에 안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목표로 설정한 2퍼센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구축한 국제기구들, 예를 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사실 미국에 불리하게 작동해 왔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트럼프는 그 국제기구들을 뒤흔들려 애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국민소득의 4퍼센트로 인상하라고 요구한다.(미국 자신도 3.1퍼센트이면서 말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비일관성과 허영심이 끼어든다. 트럼프는 국방비를 국민소득의 2퍼센트 이상으로 인상하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를 부인했다. 안보 전문가 로런스 프리드먼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트럼프식 외교는, 실질적 증거는 없고 상대방은 불만을 제기하는 거래 내용을 꽁꽁 숨긴 채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던질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은, 그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거래가 그의 상상 속에서만 이행되는 것에도 과연 그가 만족할 것이냐다.”

새로운 동맹

그러나 트럼프는 자기 정책의 실제 결과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다른 일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메르켈 공격은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 오스트리아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그는 나치 정당인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다),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 등 유럽에서 집권한 극우 정부들과 반쯤은 손발을 맞춘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영국 보수당 내 분파 투쟁에도 거칠게 개입했다. 이는 메이의 ‘체커스 합의’[영국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메이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하겠다고 내각과 합의했다]에 반발해 외무장관에서 사퇴한 보리스 존슨 등 [집권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반란군들과 함께 새로운 종류의 대서양 동맹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다행히도 존슨은 너무 굼뜨고 소심해서 트럼프의 지원 사격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르반, 쿠르츠, 살비니는 어릿광대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메르켈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등 유럽의 극단적 중도파 정치인들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는 대서양 양쪽 모두에서 극우 세력을 고취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정치 제도들을 뒤엎으려 애쓰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우선, 트럼프든 그의 유럽 동맹자들이든 신자유주의가 아닌 진정한 대안이 없다. 그들이 가장 주로 쓰는 무기는 이민자 배척적 인종차별인데, 극단적 중도파는 그런 요구에 타협하고 있다.

둘째, 트럼프는 진정한 파시스트 세력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영국의 거리에서 파시스트들이 활보한 것에서 보듯이 말이다. 그러니 그의 백악관 수석 전략관이었던 스티브 배넌이 [파시스트인]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요구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영국 방문과 파시스트에 반대해 일어난] 7월 13~14일의 시위는 반격의 시작을 선포했다. 그러나 앞으로 거친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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