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반대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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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전면 파업을 한다. 임금 삭감과 고용 위협 등에 맞서 투쟁에 나선 것이다.
노동자들은 현 상황에 위기감이 크다. 노조가 2014년 민주파 집행부 등장 이후 두 번째로 전면 파업을 선언한 이유다. 그동안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호소해 온 활동가들은 파업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과 기본급 20퍼센트 반납, 호봉제 폐지, 직무급제·성과연봉제 도입, 유연근무제 도입, 휴일 축소와 월차 폐지 등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임금 삭감과 해고로 고통을 전담해 왔다. 반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약 12조 원이나 늘어 약 32조 원이 됐다.
현재 사측은 해양플랜트(해양 석유·천연가스를 시추·생산하는 장비) 일감이 바닥나자 노동자 수천 명의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남아 있는 정규직 2300여 명을 무급 휴직으로 돌리고 비정규직 2600여 명을 해고하려는 것이다.
사측의 공격은 일감이 없는 곳만을 향하는 것도 아니다. 일이 있는데도 인건비를 줄이려고 외주화·분사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엔진·플랜트·중앙기술원과 지난해 기업 분할된 현대일렉트릭 등에서 일하는 900명 정도가 비정규직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사측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압박하며 수천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려고 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반발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부문별로 노동자들을 각개격파 하는 전술을 꺼내 든 것이다.
이렇게 야금야금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파업은 그런 단결 투쟁의 기회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일감이 바닥 났다고 고용을 지킬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지난해부터 수주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임금·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조선 부문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해양플랜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측은 STX, 성동조선 등을 보라며 “고통 분담(사실은 전담)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이런 식으로 바닥을 향한 경쟁을 압박하며 조선업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 내렸다.
올 초 현대중공업지부 지도부가 순환 휴직, 상여금 월할 분할(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 등을 양보했지만, 사측은 공격을 내려놓기는커녕 더 한 층 공격하고 있다. 단호한 투쟁으로 양보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상황은 노동자들이 싸우기엔 유리한 조건이다. 민주당이 집권한 울산시와 동구청이 7월 25일 지역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들이 광범한 대중 정서에 눈치를 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을 믿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상반기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고, 울산시장 송철호는 노사 협력을 강조하며 노동자 양보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선거에서 드러난 대중의 개혁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자 착취 강화 공격에 불만을 터뜨리는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운다면 커다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활동가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자신감 있게 기층에서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