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1년:
기간제 교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규탄 목소리를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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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20일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 1년이 됐지만,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말뿐이었으며, 정규직 전환은 문턱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곳이 학교다. 가이드라인 발표 1년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는커녕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고용 불안은 여전하다.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되고 있다.
7월 18일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하 기간제교사노조)·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기간제교사공대위)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기자회견이 연이어 진행됐다.
기간제교사노조 - 고통과 분노의 1년,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하고 기간제교사노조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노조 설립 신고도 반려했다. 기간제교사노조와 기간제교사공대위 주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과 기간제교사노조 인정을 요구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를 양산하고 온갖 차별과 고용 불안에 내몬 정부가 기간제 교사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 신고 반려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근 대법원이 자격이 되는 기간제 교사에게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발급하라고 판결한 것을 언급하며 “이 판결은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교원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정규직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고 요구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순직한 김초원 교사의 아버님인 김성욱 님도 먼 걸음을 마다 않고 참가해 기간제 교사들을 격려했다.
“저는 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명예조합원입니다. 제 딸 대신 기간제 교사가 당하는 차별을 폐지하고 정규직화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명예조합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노조가 낸 노조 설립신고가 반려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하늘에서 제 딸도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기간제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인용 사무처장도 함께했다.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노조 할 권리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입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간제 교사 그리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정규직 전환 투쟁을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이 외 노동당 이갑용 대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등도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와 노동권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기간제교사노조와 기간제교사공대위는 투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1년, 문재인 표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오지 않았다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공약 비판 및 시도교육청 노사전문가협의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장은 정규직 전환 결과가 한마디로 “참혹”하다고 비판했다. 1단계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제외됐고, 10퍼센트 남짓한 전환자들조차 무기계약 전환에 불과했다. 전환에서 제외된 기간제 노동자들은 1년짜리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안명자 본부장은 2단계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도 “실상은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전환돼야 마땅한 노동자들을 전환시키지 않았고, 전환하기로 한 노동자들에 대해선 [교육감 직고용이 아니라] 학교장 직고용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기간제로 매년 새롭게 계약을 하는 신분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채용 형식으로 직접 고용해서 기존 경력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다.
한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직접 고용 전환 논의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고발했다.
예를 들어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고령자인데 교육청들은 정년을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야간당직 노동자로 근무 중인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오한성 감시분과장은 “제도가 생긴지 15년 동안, 70세 이상 노인들이 무난하게 일을 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환이라는 미명 아래 65세 이상은 다 자르겠다고 합니다” 하고 비판하며 누구를 위한 전환인지 되물었다. 결국 교육청들은 65세가 넘은 노동자들을 1년짜리 촉탁직으로 고용하며 고용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교육청들은 가이드라인 상 직접 고용이 원칙인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서도 갖은 사유를 들어 전환을 제외하고 있다.
최근 경기교육청은 사감 교사 120여 명을 직접고용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기간제로 일하다가 학교장 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감 교사들이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사감으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동일한 업무, 동일한 직종인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단 말입니까? ‘사람이 먼저’인 정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1도 어긋남이 없이 해당되는 [상시지속업무인] 직종인데 안 된다니, 그럼 우리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까?” 하고 비판했다.
이처럼 2단계 전환에서도 1단계와 똑같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계속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