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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더 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전면 파업을 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현장 순회를 돌며 노동자들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최근 일감이 늘어난 내업 부문의 일부 공장에서 자재 분출을 못 하도록 막았다. 공장들 인근에 농성장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트랜스포터(대형 운반 차량)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사측은 하루 약 83억 원의 손실이 났다며 날뛰었다.

폭염 속 파업 집회를 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김정구
자재 분출을 막기위해 노동자들이 설치한 농성장과 바리케이드 ⓒ김정구

그래서 사측은 파업 첫날 밤에 관리자들을 동원해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몰아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막아 물리쳤다. 이후에도 사측 침탈에 대한 우려 속에 많은 노동자들이 극심한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농성장을 지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측은 농성장을 함부로 치지 못했다. 아마 최근 노동운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눈치 봤을 것이다.

또 현장 분위기도 신경 썼을 것이다.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와 농성장에 나오진 않더라도 일을 하지 않았다. 또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사측이 원하청 노동자 모두를 공격하면서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노조 집행부는 사측의 각개격파에 맞서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투쟁은 의미가 있다. 최근 사측이 해양플랜트사업부의 대규모 무급휴직과 비정규직 해고를 추진하고, 현대일렉트릭과 조선사업부 등의 일부를 분사·외주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선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을 추구하며 싸웠기 때문이다.

또 이번 투쟁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노조의 투쟁에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은 정말 좋았습니다. (8월 초) 휴가 이후에 벌어질 투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연대

이번 파업은 국내 최대 규모 마르크스주의 포럼인 맑시즘2018 기간 동안에 벌어졌다.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들은 맑시즘 참가자들은 기꺼이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 메시지를 작성했다.

영국 대학강사노조(UCU) 전국집행위원이자 트랜스 여성 사회주의자인 로라 마일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대표지회장, 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자이드 등 여러 부문의 노동자·활동가들과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연대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됐다. “인터넷에서 파업을 비난하는 글만 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렇게 많은 연대 메시지를 보니 진짜 여론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맑시즘2018 참가자들이 보낸 파업 지지 메세지를 들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사회적 지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사측은 이번 파업의 손실 책임을 묻겠다며 노조에게 약 8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징계하겠다며 협박했다.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투쟁한다면 우호적인 여론 속에서 사측의 탄압도 무력화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휴가 뒤 더 큰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해 노동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활동가들은 이번 파업으로 생긴 분위기를 활용해 기층 투쟁을 강화하고 원하청 단결의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파업 직후인 7월 25일 현대중공업 노동자와 가족 100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도 사기가 오른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집회에 참가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현대중공업을 살리는 게 노동자와 지역 주민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살리기에 노동자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면,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압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이윤 증대는 노동자 착취 강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이 점을 경계하며 독립적인 투쟁 건설에 중심을 둬야 한다.

ⓒ김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