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대구가톨릭대병원분회 수석부분회장 인터뷰:
“파업에 돌입하니 조합원들이 더 단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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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가 파업 6일차를 맞은 대구가톨릭대병원 김미화 수석부분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본문 중[ ] 안의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부가 추가한 것이다.
파업 찬반투표율도 그렇고 참가율도 대단히 높아 보입니다. 조합원들의 핵심 불만이 뭔가요?
임금이죠. 다른 병원과 비교했을 때 임금이 적다는 부분이 가장 컸고요. 그다음에 병원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요. 부서장 갑질 문제도 있어요.
대구에는 대학병원이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그리고 우리 병원이 있어요. 파티마병원이 있고요. 파티마는 대학병원은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파티마병원보다도 못하다고 알고 있어요. 최하 수준이죠. 대부분의 직종에서요.
아주 오랫동안 임금인상이 없었어요. 제가 17년차인데 이제 기본급이 170만 원 정도 되거든요. 병원 측은 우리가 임금인상 20퍼센트 요구하니까 두 자릿수 어쩌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올려도 대구 시내 전체에서 꼴찌인 건 변함이 없어요. 그동안 사실 잘 몰랐어요. 다른 병원들이랑 비교해 보지도 못했고요. 낮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동안 워낙 억눌려온 세월이 길어서요.
병원은 수익률이 전국 9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병상가동률은 98퍼센트나 될 정도인데 그에 대한 보상이 하나도 없는 거죠. 실제로 임금이 너무 적으니까 사직과 이직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신규 직원이 들어오는데 계속 처음부터 훈련을 시켜야 하니 기존 직원들도 힘들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요. 간호사들이 특히 심해요.
처우개선 요구는 어떤 게 있나요?
시차근무라는 게 있어요. 부서마다 다른데요, 주중에 4시간을 쉬면 토요일 근무를 시키거나, 아니면 주중에 7시간씩 근무를 시키고는 다섯 시간을 토요일에 근무하게 하는 거예요. 토요일은 휴일이니까 근무하게 하려면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는 거죠.
우리 병원이 차별화 전략을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토요 진료를 시작하니까 다른 대학병원들도 따라 하고 있어요.
그나마 주변에 다른 대학병원들은 토요 근무의 경우 주휴수당을 주는데 우리는 주휴수당이 없어요. 평일에 연장근무를 시키는 경우에도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고 다른 날 일찍 퇴근시키는 식이에요. 그걸 당일에 통보해요. 오늘 일찍 퇴근해라, 내일 늦게 출근해라 그런 식으로요. 심지어 출근하고 있는데 너 오늘 오지 말아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출근했는데 돌아가라고 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나마 노동조합이 생긴 뒤로는 퇴근 시간은 지켜주는 편인데 그것도 일부 부서에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어요.
또, 육아휴직에 들어갔을 때 임금이 아예 없어요. 고용보험에서는 육아휴직의 경우 첫 3개월은 70~150만 원인가 지급하고, 그 뒤로는 50~100만 원가량 지급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병원은 사학연금이라고 아예 임금을 안 주는 거예요.[다른 대학병원들의 경우 대개 고용보험에 준하는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에서 정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 사람이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 어떻게 아냐?’ 하며 육아휴직 급여를 줄 수 없다고 하고 있어요. 또, 복직한 사람들을 막 여기저기 로테이션(전환배치) 시키면서 원래 일하던 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휴직하지 말라고 협박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견딜만한 외래의 경우 육아휴직 못 쓰고 출산 휴가 3개월 만에 바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요.
투쟁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은 우리가 워낙 대오도 유지가 잘 되고 조합 가입도 늘고 있어서 괜찮아요. 지역 단체들에서도 연대해 주시고 지지도 보내주시고 하고요. 파업 효과도 나고 있어요.
외래는 비조합원들을 동원해서 간신히 운영하고 있는데요.[병원 접수처 안내 표지에는 신규 초진 환자접수하지 않는다고 써 있었다.] 병동도 일부 문을 닫거나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원래 입원 환자가 800명 정도 되는데 지금은 300명 정도로 줄었어요. 병동을 돌아보면 필수유지업무가 50퍼센트 되는 병동에서도 문을 닫은 병실이 꽤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병원 측은 완강해요. 노조가 수정안 가져오라고 하죠. 요구 수준 낮춰서요. 병원에서는 올해 수익률이 0퍼센트래요. 그러니까 우리 요구 들어주려면 병원장 자리 내놔야 한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신부님들이 교섭 때 나오시거든요. 의료원장이랑 행정처장이 신부님이세요.그런데 이 분들이 의료인도 아니고 전문경영인도 아니라서 교섭하는 데 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러나 노조 설립 이후 이미 개선된 것들도 있어요. 원래는 시간외수당 신청 못 하고 무임으로 일했는데요. 지금은 어쨌든 신청할 수는 있게 됐어요. 여전히 다 해주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어쨌든 청구할 수 있게는 됐어요. 임신한 경우 12주 이하 36주 이상은 두 시간씩 일찍 출퇴근하는 걸 청구할 수 있게 됐어요. 실제로는 수간호사 선생님들이랑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서 다 되지는 않는데 어쨌든 나아진 거죠.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아직 모르는 조합원들이 많아요. 이제 막 공유하고 있고요. 조합원들이 병원측 안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해야 협상이 될 텐데 병원 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고 있지 않은 거죠. 게다가 조합원들은 파업에 돌입하고 나니까 기대치가 더 높아지고 있어요. 이렇게 된 거 이참에 제대로 받아내자는 거죠. 오늘 교섭에 다녀와 봐야 알겠지만 쉽게 타결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번 주가 지나도록 병원 측이 양보 안 하겠다고 하면 다음 주부터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집회도 열 계획이에요. 지역 단체들이랑 노동조합들이 지지 현수막도 보내주고 있어요. 조합원들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얻고 있고요. 조합원들 분위기는 엄청 좋아서 더 힘있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