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삼성이 망친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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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시위에 대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물러서긴 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진지한 반성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대 청년기에 사회 현실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성균관대에 다니는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위선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은 성대의 재단이다. 그러나 2000년에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대학본부를 한 달간 점거한 학생들은 삼성의 ‘이해’를 받지 못했다.
교수와 교직원을 동원해 무력으로 농성을 해산시키려 한 학교 측에 맞선 학생들은, ‘폭력배’로 몰려 4명이 출교 조치를 받고 20여 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삼성은 ‘재단 철수’ 카드를 들이밀며 학생들을 협박했다.
‘사회 참여’ 역시 성대에서는 전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성대 모든 교수들의 성향을 수집하고 학생들의 시위 참여나 현실 비판적인 선전물에 대해 사찰을 벌이고, 심지어 학내 잔디밭에서 집회를 할 수 없도록 입구에 언덕을 만들고 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하는 등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은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이재용의 불법증여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배포된 지 4시간도 안 된 수천 부의 교지를 모조리 회수한 일은 가히 학내 언론 탄압의 ‘사고와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고 할 만하다.
대기업이 재단으로 들어오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많은 학생들의 바람과는 달리, 기업의 대학 지배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교육만을 강요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