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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도 탄압하는 에이즈 정책

4월 초 경기 김포시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생활하던 태국인 여성 2명이 에이즈에 걸려,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격리수용됐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몇 년 전에는 한 이주노동자가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나 강제 추방되는 도중 비행기 안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기도 했다.

에이즈는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 당장 죽음으로 연결되지 않는 질병이다. 하지만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게는 안정적인 약 복용과 편안한 생활은 요원할 뿐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으면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게 된다. 또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팍팍하고 외로운 객지 생활을 하며 동거하고 있다.

이번 일이 일어난 김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1만 7천여 명 중 80퍼센트가 ‘불법체류자’로 정부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의 ‘관리’라는 것은, 감염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추방시켜 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감염인과 환자들의 건강상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다수의 불법체류자들이 추방을 피해 숨어 다니는 상황에서 건강검진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동거와 성매매로 인한 발병 위험만을 들춰 내는 것은 문제가 일어나게 된 책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문제는 비단 이주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란한 성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재앙, 소위 정상적이지 못한 사회집단에서 발생하는 병”이라는 에이즈에 대한 오랜 낙인은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와 문란한 성행위 때문이 아니라 ‘빈곤’ 때문에 더 빨리, 더 널리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자 운동이 지금 이주노동자 탄압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