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회대 ‘저항’ 참가단의 일원으로 4월 30일 민주노총 전야제에 참가했다. 이 날 수많은 노동자, 학생들이 모여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을 듣고 문화 공연을 보았다.
집회가 끝난 후, 나는 전학투위가 주최한 청년학생 투쟁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대로 갔다. 그곳 참가자들과 정치적인 토론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공연은 정말 훌륭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진정한 ‘노동자 연대’인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비정규직 문제의 실태에 대한 연극과 영상이 있긴 했지만, “모래바람 날리지 않는 곳에서 도시락 먹고, 화장실 제대로 가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조차 정부 자본에 의해 탄압받는다.”는 민주노총 전야제에서의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의 편지 낭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메이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그곳에는 ‘변혁적 학생들’만 있었을 뿐 주인공인 노동자는 없었다. 말하자면, ‘노동자 중심성’과 거리가 멀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문화제는 ‘노동자 연대’와는 거리가 먼 ‘변혁적 대학생, 그들만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노동절 당일에 전학투위 참가자가 문화제 때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학투위 학생들이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야제에 참가해서 노동자들과 같이 공연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이 아무리 개량주의적이라 해도 1987년 이후 투쟁 속에서 건설된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며,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거리를 뛰어다니며 외치는 것보다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투쟁을 호소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