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도 최저임금 삭감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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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학용(자유한국당)이 8월 10일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에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에 처음 입국해 ‘단순노무업무’를 하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더 낮게 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무려 2년 동안 ‘수습’ 기간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이 기간 동안에도 더 낮은 최저임금을 줘도 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 등 취업 비자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최저임금이 깎인다. 체류 기간이 3년 미만인 이민자가 36.4퍼센트(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경우 48.4퍼센트)나 되는데, 이들은 거의 체류 기간 내내 더 낮은 최저임금만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또, 신규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 삭감은 기존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삭감도 부추길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숙박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해 임금을 삭감하더니, 또다시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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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최임 삭감 시도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9년 최저임금이 의결되자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퍼센트, 2년 차 90퍼센트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최저임금 삭감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흔히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일을 익히고 안전하게 일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저임금에 시달려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낮은 생산성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제를 추진할 때도 생산성 논리를 앞세우곤 했다. 이는 임금 삭감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지, 노동자들이 실제 한 일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 아니었다.
최저임금법에는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고 사업장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이미 있으나, 시행 첫해 이후 적용된 적은 없다. 만약 생산성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별 적용하면 사문화된 이 조항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는 이주노동자라는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더 많은 노동자를 향한 공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종학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이런 인종차별적 요구를 거부하기는커녕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7월 24일에는 고용노동부에 공식적으로 검토를 요청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 숙박비 공제 방침 폐지도 외면해 온 것을 보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시도가 진지하게 추진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은 이주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 것이고, 저임금 노동자 층이 더 늘어나게 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확대는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하락시키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에게 해로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차별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