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한 달:
노동자 고통 외면하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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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다. 매년 입사자 대비 간호사 퇴사율이 75퍼센트에 달할 정도다.
병원 측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노동자들의 요구(임금 20퍼센트 인상)에 한참 못 미치는 안(5.5퍼센트 인상)을 제시하고는 더는 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마치 꽤 높은 인상안을 내놓은 것처럼 포장했지만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연말에 지급하던 상여금을 없애고 그만큼을 기본급에 포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받은 것으로 노동자들의 요구와 무관하게 병원 측이 시정해야 할 사항이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병원 측 제시를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병원 측은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조가 폭로한 것을 보면, 병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소유 재단인 가톨릭 대구대교구 선목학원이 가져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280억 원을 가져갔는데 이 중 635억 원은 사용 내역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병원장(이경수 신부)은 노동자들이 병원을 “악마의 소굴”로 만들었다며 교섭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부패하고 타락한 병원 경영진이다.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하고 임산부에게도 야간 노동을 강요해 온 병원 측은 “사랑과 섬김”을 말할 자격이 없다.
지난 8월 21일 수에레브 주한 교황대사는 교황청 대사관을 찾은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대구대교구는 노동자들이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는 데도 냉혹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복음적 운영”인가? 이윤 논리인가?
대구대교구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는 대구대교구가 대구시로부터 36년간 수탁운영한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온갖 인권 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희망원 사태뿐 아니라 조환길 대주교 비리 폭로 문건을 둘러싸고도 대구대교구 내홍이 불거졌다.
천주교 안팎의 실망과 반발에 직면해 대구대교구는 지난해 교구쇄신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최성준 신부는 교구쇄신발전위 활동에 대한 첫째 건의사항이 “교구가 운영하는 각종 사업체(사회복지기관, 교육기관, 언론사, 병원 등)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시정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8년 5월 29일치) 지난해 9월 26일에 열린 쇄신위원회 총회에서도 “교구가 사업체 운영을 복음적으로 해 왔는가” 하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그러나 교구쇄신위원회가 활동 중인 상황에서도 쇄신과는 거리가 먼 일이 벌어졌다. 대구대교구는 반성은커녕 구속됐던 희망원 전 원장인 김모 신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그를 본당 주임신부로 복귀시켰다.
게다가 교구쇄신위원회는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교구가 사업체 운영을 복음적으로 하는지 점검하고 시정하겠다고 했으면서 말이다.
쇄신위원회는 대구대교구의 위기 모면용으로 단지 말로만 쇄신을 들먹이는 것이 아니라면,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영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강요해 온 저임금과 천대를 해결해야 한다.
가톨릭 안팎에서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오늘날 가톨릭은 거액을 투자해 여러 사업체를 운영한다. 한국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전국 곳곳에 가톨릭계 병원들이 있다. 대구대교구도 학교 10여 개와 복지시설 190여 곳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 및 출판기관도 10곳 가까이 경영하고 있다.
가톨릭이 자본주의 기업들처럼 경영에 나서고 이윤을 추구하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노동자들을 쥐어짜 고통에 빠뜨리는 사례도 적잖이 알려졌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어떤 기업보다 강경하게 다루기로도 유명하다.
한 사례로, 2002년 가톨릭중앙의료원 노동자들이271일 동안 파업을 벌였을 때 가톨릭 측은 노동자들을 비난했고 경찰력을 동원한 정부의 혹독한 탄압을 방관했다.
그럼에도 가톨릭 재단 산하의 병원 노동자들은 “가톨릭 정신”을 내세우면서도 환자들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채 착취에 여념이 없는 가톨릭 재단의 위선에 맞서 꾸준히 투쟁해 왔다.
얼마 전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노동자들이 끔찍한 노동강도와 저임금, 선정적인 춤 강요에 항의하며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강동성심병원 노동자들도 최근 노조를 만들어 병원과 재단 측에 맞서 싸우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 파업은 이런 투쟁의 일부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려면 가톨릭 안팎에서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가톨릭의 쇄신을 바라는 가톨릭 단체들(비공인 단체들을 포함해)과 교인들이 이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또, 가톨릭 재단 산하 병원 노동조합들이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에 지지를 표명하며 연대에 나선다면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미 대구 지역의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동조합들, 의료연대본부 등은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에 연대해 왔다. 8월 27일에는 대구지역 집중 결의대회가 열린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은 가톨릭 안팎에서 지지와 연대가 더 확대되도록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