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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단식 농성:
문재인 정부는 난민들의 절규를 외면 말라

단식농성 중인 이집트 출신 난민들과 그 지지자들 ⓒ이현주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이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 압델라흐만 자이드(35) 씨와 아나스 샤하다(28) 씨는 한국 정부의 조속한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열흘 넘도록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람 중심”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위선은 난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절규는 다수 난민들의 열악한 처지를 보여 준다.

자이드 씨는 이집트 혁명 이후 구체제 인물의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것 때문에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국에 온 2년 5개월 동안 그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초조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저는 난민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1년 2개월이 넘도록 법무부는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총 2년 5개월가량을 기다리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연락해 결정을 요청했고 난민과 사무실 앞에서 시위도 해 봤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함께 단식 농성 중인 샤하다 씨는 이집트 독립언론 저널리스트로 감옥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사망을 들춰내는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고 고문까지 받다 이집트를 탈출했지만, 한국 정부에 의해 난민 인정을 거부당했다.

자이드 씨는 한국 정부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난민 신청을 거부하고 있고, 난민 심사 과정에서 증거 자료를 숨기거나 진술을 왜곡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난민인권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난민 심사 면접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하지도 않은 말이 기재되는 등 면접 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자이드 씨는 이런 문제가 단지 이집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난민들도 겪는 문제라고 보고 “모든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인정 심사 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신속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외면할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우익들의 비방도 방치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익의 압력에 타협해 난민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려 해 왔다.

최근 우익들은 단식 농성자들과 지지자들을 비방하고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주 주말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단식 농성자들과 지지자들이 “무슬림형제단 등 극렬 극단주의 테러 단체에 동조”하고 “이슬람 성전을 의미하는 지하드를 신봉”한다면서 “이슬람 가짜 난민”을 “추방”하라고 떠들어 댔다.

또 최근 이들은 제주 예멘 난민 개개인의 SNS를 뒤져, 페이스북에 총을 든 사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양 몰고 있다.(그렇게 치면 총 든 미국인 사진도 무수히 많다.) 난민 수용이 범죄, 테러로 이어져 한국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거라는 공포심을 부추기는 것이다.

잠재적 테러리스트?

그러나 ‘무슬림이 곧 테러리스트’라는 생각은 무슬림·이슬람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다. 이런 편견은 서방 지배자들이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부추겨졌다. 서방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에 대응해 노동자 계급에게 긴축을 강요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편견을 퍼뜨렸다. 그러나 전 세계 무슬림 16억 명 중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다른 모든 종교가 그렇듯 이슬람교도 획일체가 아니다.

무슬림형제단이 “테러 단체”라는 주장도 무지의 소산이거나 악의적 왜곡이다.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더라도 그 형태는 그것이 발딛고 있는 사회의 구체적 조건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과거 독재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고, 한때 당원 수십만 명을 거느린 대중정당이었다. 무엇보다 ‘아랍의 봄’ 혁명 이후 대중의 사회 개혁 열망에 힘입어 선거로 집권한 경험이 있는 정당이다. 이들이 모두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반혁명을 일으킨 이집트 군부의 논리였다. 당시 이집트 군부는 개혁 제공 실패로 위기에 빠진 무슬림형제단을 공격함으로써 군사 독재 체제로 회귀하려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 온 예멘 난민들은 야만적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다. ‘폭력적 성향’을 표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광적인 학살과 약탈, 납치가 횡행하는 전쟁터를 떠나 왜 목숨 걸고 이 먼 곳까지 왔겠는가.

8월 30일(목)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의 단식 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난민들에게 마땅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우익들의 터무니없는 비방을 규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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