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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의 쟁점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십중팔구 특사단은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중재안을 북한 당국에 전달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단계적) 신고와 (남·북·미) 종전선언을 연내에 맞바꾸는 방안을 미국과 북한 양측에 타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핵프로그램 신고(·검증)의 맞바꾸기 문제는 2000년대 6자회담에서도 협상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렸던 쟁점이었다. 당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이행 순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절충안으로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부시 2세 정부는 북한 비핵화 완료 전에 종전선언은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결국 종전선언 제안은 흐지부지됐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됐음에도 말이다.

종전선언이 10여 년 동안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북핵 문제가 난제임을 방증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문제가 북·미 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북·미 협상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보여 준다.

북한 당국은 본격적인 비핵화 조처 이행 전에 미국한테서 종전선언이라는 어음이라도 받기를 원하는 듯하다. 북한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협박에 저항해 왔지만, 궁극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온전히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과 타협할 용의가 있다. 김정은이 직접 남측 특사단을 통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상관 없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보낸 까닭이다.

그러나 설사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어찌어찌 종전선언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청와대 스스로 밝혔듯이) “정치적 선언”이자 길고 험난한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예컨대 북한이 종전선언 약속을 믿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면 그다음에는 검증 문제가 뒤따른다. 검증 문제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정부 당국 간 협상을 위기에 빠뜨린 주요 쟁점이었다.

첫 번째 단계

특사단은 경제특구 설치를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약속도 북한에 전달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협을 진전시켜 북·미 관계 발전도 추동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경협 약속은 현재로선 판문점 선언 이행이 더디다는 북한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패에 그칠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일부 상징적 조처를 넘어 국제 대북제재에 위배되는 경협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주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서해 북방한계선(NLL) 적대 해소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사안들은 모두 남북이 상호 적대와 경쟁 속에 정전협정을 수시로 어겨 온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러나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는 문재인 정부가 군축 같은 사안을 스스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리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 간 무력 충돌 문제마저도 남북 당국 간 합의로 모두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컨대 그동안 서해상에서 벌어진 남북 무력 충돌은 주로 제국주의 간(특히, 미·중 간) 갈등이 낳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악화를 배경으로 일어났다.

남북 정상 간 논의와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주한미군이 계속 존재하는 한, 또 미군 이지스함과 잠수함이 제주도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한, 또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일·중·러 등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이 악화하는 한 남북 무력 충돌 위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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