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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서울대 학생들의 징계 무효 소송 재판 방청기:
징계의 부당성과 투쟁의 정당성을 생생히 목격한 자리

9월 21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에 맞서 2016년 10월부터 228일간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서울대 학생 12명이 제기한 징계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서울대학교 당국이 교육적 목적과는 하등 상관없는 이윤추구를 위해 학생들의 의사를 거스르고 추진한 것이었다.

학교 당국은 이에 맞서 정당하게 투쟁한 학생들 8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유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여론의 압박 등으로 인해 징계 해제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징계 사실은 학적부에 그대로 남겨놓을 것이라고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 자신들의 징계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정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징계 당사자 학생들과 연대 단체들은 부당한 징계가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싸우기로 했다.

ⓒ이미진

마침내 징계가 내려진 1년 만에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중요한 재판이었던 만큼,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원 앞에서는 징계 당사자 학생들이 중심이 돼 꾸린 ‘부당징계 철회! 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투쟁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재용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이번 징계가 단지 투쟁을 이끈 학생들만이 아니라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한 더 광범한 학생들까지 겨냥한 공격이라고 꼬집었다. 민중당 관악위원회에서도 지역 사회에서 연대를 넓히는데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징계 당사자들의 결의는 물론 투쟁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원고 학생 7명은 법정에서 최후 진술문을 낭독했다. 이 학생들은 징계가 부당함을 당차게 폭로했다. 마음 같아선 진술이 끝날 때마다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시헌 학생은 징계 과정에서 학교 당국이 보인 기만적 태도가 그간 학생들에게 보여 온 태도와 일관된다고 지적하면서,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나아가 의견 제시할 권리를 박탈한다면, 저는 그에 맞서 저항할 권리도 있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윤민정 학생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들을 학교 당국이 왜곡·과장해서 징계 사유로 인용한 것에 대한 울분을 표출했다. 손범준 학생은 자신은 곧 졸업이라서 진로에 지장은 없지만 “한 명의 기록 말소만을 쟁점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이 재판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변호인은 징계에 정당성을 부여할 만한 ‘교육적 목적’이라는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춰냈다. 또한 징계 기록이 학생들에게 낙인이 돼 이런저런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드시 징계가 철회돼야 한다고 옳게 지적했다.

반면에 학교 측 변호인의 변론은 어처구니 없고 때로는 군색했다.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징계 절차에 따른 진술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느냐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과 징계위원회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가 단체로 항의하려는 의사가 있었으므로 문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학교 당국은 징계위원회 개최 장소를 학생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아 학생들이 단체로 항의를 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그 자리에 징계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도 있어서 알려줄 수 없었다는 옹색한 이유를 댔다. 똑같은 변명을 20분씩이나 반복하자 판사가 같은 말 좀 그만하라고 짜증섞인 말을 했다. (그런데도 초라한 변명말고는 근거가 없었던지 나중에 또 반복했다!)

징계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그토록 긴 시간을 쏟아가면서 변명해댔지만, 정작 징계가 왜 정당한지 입증하는 부분에서는 학교가 손해를 봤고 그에 비해 징계 수준이 과다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에 그쳤다. 역시나 자신들이 한 일의 실체를 정당화하려니 할 말이 도통 없었던 모양이다.

학교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점거 농성을 ‘무단 점거’라고 표현했고, 심지어 외부세력 개입마저 운운하면서 투쟁의 정당성을 깎으려 무던히 애썼다. 학교 당국 측 변호인이 알맹이 없는 변명이 늘어놓을수록 그들의 볼품없는 처지와 징계의 부당함은 더욱 신랄하게 드러났다.

반면에 학생들의 정당성은 더욱 선명히 빛났다. 판사는 재판 말미에 학생들이 이토록 끈질기게 싸워온 동력이 무엇인지, 이번 투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윤민정 학생은 서울대 당국이 한라건설·시흥시와 결탁해서 교육적 목적과는 하등 상관없이 돈벌이를 위해서 시흥캠퍼스를 추진했다는 점, 또한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각종 사업들이 추진될 전망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이 정당했음을 간결하지만 뚜렷하게 방어했다.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었다.

결심 공판을 방청하면서 느낀 것은, 상식적 수준으로 보더라도 징계는 원천 무효가 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부디 11월 2일 확정될 판결이 그러한 ‘상식’에 부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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