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추모집회: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단속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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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부평역 근처 광장에서 ‘법무부 죽음의 단속규탄 · 딴저테이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추모집회’가 열렸다. 미얀마 노동자들과 한국인 연대 단체 등 약 120명이 참가했는데, 미얀마 노동자들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많았다.
집회는 정부의 야만적인 단속으로 인한 억울한 죽음에 깊이 공감하며, 슬퍼하고 분노하는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발언자들은 물론이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다. 두 손을 모으고 발언을 경청하거나 집회 순서지에 있는 고인의 사진이 보이도록 들고 있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과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반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겠다며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는 창문을 넘어 도망가려다 8미터 지하로 떨어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딴저테이 씨는 9월 8일 끝내 숨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딴저테이 씨의 동료 미얀마 노동자가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창문을 통해 나가려는 딴저테이 씨의 발을 단속반원이 붙잡았고 이 때문에 딴저테이 씨가 중심을 잃어 건설현장 지하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단속반원들은 딴저테이 씨가 추락한 것을 봤음에도 즉시 구조하기는커녕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떨어졌는데 20~30분 동안 내버려둔 것에 너무 놀랐다 ... 삶과 희망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던 것뿐인데 왜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가?
“나도 미등록 체류자다. 여기 나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무섭기도 하지만 상관 없다. 친구가 억울하게 죽었고 앞으로도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갈 텐데, 내가 나와서 사실대로 얘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용기 있는 발언에 참가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공동체인 크메르노동권협회 스레이나 씨의 연대발언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단지 미얀마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이주노동자의 문제이다. 딴저테이 씨의 죽음은 결코 사고가 아니다.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정부에 맞서 항의하고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한국인들도 참여해서 같이 싸워나가면 좋겠다.”
그의 주장대로 딴저테이 씨의 죽음은 정부의 야만적 단속이 낳은 비극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해 왔다. 심지어 최근 정부는 단속을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강동배 미조직비정규위원장,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활동가는 추모사를 통해 정부의 단속 강화를 규탄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근거 없는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것을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 “합법 불법 없다”, “살인단속 중단하라”, “우리도 인간이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딴저테이 씨를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10명이다(금태섭 의원실). 매년 한 명씩 단속으로 사망한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야만적인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모두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