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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논쟁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새로운 교원평가제를 2007년부터 실시하고, 오는 6월 1일부터 66개 학교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5월 28일에는 한양대에서 ‘전국 분회장 대회’를 열고, 정부가 시범운영을 강행할 경우 6월 초에는 연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투쟁 방안을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부는 교원평가를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교조가 비판하듯이 우리 나라 학교교육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위한 교육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비롯한다.

“법정 정원의 89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만성적인 교원 수 부족과 과도한 수업”, 교사의 자율적인 수업이 극히 힘든 입시 경쟁 상황에서 새로운 교사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는 교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교사평가를 교사들의 인사·승진에는 반영하지 않고, 절대평가를 실시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만 쓰겠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정부는 그 동안 교직에 성과급·연봉제·계약제를 도입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또한 교·사대 통폐합 추진, 임용고시에서 복수전공에 대한 가산점 등을 통해 교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교원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교사들을 지방직화해서 구조조정을 손쉽게 하려고 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 상황을 봐 가면서 상대평가제인 현재의 근무평가제도와 통합하겠다는 안도 내놓고 있어, 결국 교사들을 줄세우고 구조조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새 교사평가제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평가를 도입함으로써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제도인 것처럼 포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의 내신반대·두발자유화 집회에서 보듯이 정부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나 교육 정책에 대한 참여를 보장하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새 평가제에서 학부모들의 평가는 1년에 한 번 공개 수업에 참가해 수업을 평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는 전교조가 요구하는 학교운영위 의결기구화나 학생회·교사회·학부모회의 법제화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정부가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교사평가제를 도입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학부모의 참여가 형식적”이기 때문에 정부 안에 반대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안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가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교원평가제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전교조가 이 문제에 대해서 주로 교사들의 노동권 문제로 접근하면서, 학생·학부모들에 의한 교사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전교조가 평가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학교종합평가안’에서는 “전문성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은 교사가 참조해야 할 것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교사들의 전문성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실, 학교에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체벌하고 두발·복장 단속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들이다. 그리고 이런 위계적 관계는 교사와 학생의 “협력적 관계”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교사와 대등한 교육 주체로 대우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교활하게도 노무현 정부는 지금 교사들과 학생·학부모들 사이의 벌어진 틈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분할은 입시 경쟁에서 비롯한 것이고 교사들도 이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지만, 전교조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싸워 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교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면서도 학생·학부모들, 특히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가 교사들의 교육 내용에 반영되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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