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오전 경기도 고양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180만 리터의 기름에 불이 붙었다. 서울 잠실이나 심지어 부천에서도 시커먼 연기가 보일 만큼 큰 사고였다.
화재의 계기는 사소한 실수였다. 가까운 공사장에서 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초등학교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재미 삼아 날렸다가 저유소 안 잔디밭에 떨어진 것이다.
탱크 주변에는 화재 감지기 등 최소한의 예방 장치가 없었고, 잔디밭에 붙은 불을 18분이나 방치하는 등 감독도 턱없이 부실했다.
또, 저유소의 안전을 고려하면 탱크 안 유증기를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장치가 있어야 했지만 그것을 환기구로 대신하는 바람에 외부에서 발생한 불이 탱크로 옮겨 붙을 수 있었다.
이 곳은 지난번 민주당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 시절 민영화된 시설이다. 지금도 정부가 10퍼센트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민영화의 노골적인 이윤 우선 논리가 이번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법하다.
따라서 기업주와 정부가 이번 사고의 진정한 책임자다.
그런데 경찰은 화재 책임을 풍등을 날린 개인에게 돌리려 한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CCTV를 공개하고 풍등을 날린 이주노동자를 중실화(고의에 가까운 부주의로 인한 화재) 혐의로 긴급 체포했던 것이다.
이는 진정한 책임을 가리는 희생양 삼기다.(이주노동자라서 더 만만하게 보기도 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안전에 투자하고 필요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형 사고의 배경에는 더 큰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있음을 보통의 많은 사람들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간시설이 어떻게 풍등 불씨에 폭발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허탈해 했다. 검찰도 여론에 부담을 느꼈는지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영장 발부를 반려했다.
이주노동자 개인을 희생양 삼으려는 시도에 반대하면서, 민영화나 규제 완화가 아니라 안전 투자와 규제를 대폭 강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