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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사우디 언론인 피살로 드러난 복잡한 중동 정세

서방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맞게 중동 정세를 관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자신을 비롯해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된 행위자들이다.

역사적으로 이 세 나라는 매우 긴밀했다. 터키는 나토의 핵심 회원국이며, 전제적 통치를 하는 사우드 왕가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가장 중요한 정권이다. 그러나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점차 금이 가고 있다.

이 둘은 [이슬람의 주요 종파인] 수니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지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사우드 왕가는 줄곧 이슬람 최고 성지들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더 “현대적” 이슬람, 정확히는 친자본주의적인 정치적 이슬람을 대표하려 한다.

이 지역에서 에르도안은 [이슬람주의의 한 세력인] 무슬림형제단과 동맹 관계인데, 사우드 왕가는 무슬림형제단을 과격 수니파 경쟁자로 보며 경멸한다.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은 시리아 혁명을 수니파의 종파적 운동으로 변질시키려 경쟁적으로 애써 왔다. 양국 모두 이슬람 무장 세력을 후원했지만, 러시아가 개입해서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편에 유리하게 세력균형을 바꾸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에르도안은 점점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내 쿠르드 민족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터키와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2016년 7월 [에르도안에 맞선] 터키 군부의 쿠데타가 실패한 후에 그 배후로 지목된 펫훌라르 귈렌의 망명을 미국이 받아 준 뒤로, 에르도안은 미국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가령, 터키 정부는 귈렌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수감했다.

2018년 8월 도널드 트럼프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터키산 알루미늄과 강철에 대한 수입 관세를 갑절로 올렸으며 [터키에 판매한]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 100대의 배송을 보류시켰다. [하지만] 터키 경제는 그전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터키 경제의 호황은 대규모 달러·유로 차관에 기댄 자산 거품 덕분이었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터키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에르도안은 오랫동안 터키 금리 인상을 반대해 왔음에도, 8월에는 리라화(貨) 가치 폭락 때문에 금리를 [기존 17.5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에르도안이 한 발 물러섰다. 9월 12일 터키 정부는 브런슨을 석방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렇게 논평했다. “그러나 미국 [외교]당국의 자축 기간은 짧았다. 바로 같은 주에 터키 정부가 교묘하게 조율해 전말을 폭로한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씨름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드 왕가를 비교적 온건하게 비판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재미 언론인으로, 10월 2일에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간 이후 실종됐다. 터키 정부는 특수 임무를 부여받고 [터키에] 입국한 암살단이 카슈끄지를 납치·고문·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의 신체가 절단돼 영사관 밖으로 밀반출되는 과정이 카슈끄지의 스마트워치에 기록됐다고 주장한다.

이 폭로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사람은 두 명이다. 첫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이자 정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다. 빈 살만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기업가 포럼 ‘미래 투자 구상’의 주최자 구실을 할 예정이었다. 살만은 [경제 분야에서뿐 아니라] 정치 폭력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2017년 11월 빈 살만은 정적 수백 명을 부패 혐의로 기소해, (지난해에 ‘미래 투자 구상’ 포럼이 열렸던) 리야드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했다. 빈 살만은 이웃나라 예멘에서 잔혹한 전쟁을 벌였다. 빈 살만의 정적 여러 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에 의해 해외에서 납치됐을 뿐 아니라,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살만이] 그를 인질로 잡아 사퇴를 압박했다는 혐의도 제기된 바 있다.

카슈끄지 사건은 빈 살만이 저지른 커다란 실책이다. 뼛속까지 부패한 영국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조차 ‘미래 투자 구상’ 포럼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할 정도다. 빈 살만 외에 구설수에 오른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와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 살만과 긴밀한 사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한화 약 125조 원]에 이르는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자랑해 왔다. 트럼프는 이 지역 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란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던 카슈끄지가 실종된 사건 때문에 미국 자본가들 사이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포린 폴리시》는 이렇게 썼다. “몇몇 외교관과 분석가들은 에르도안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을 우려스럽게 봤기 때문에 거기에 균열을 내기 위해 [카슈끄지 사건] 폭로 술책을 부렸다고 본다.”

트럼프는 명백히 당혹해 하고 있다. 트럼프는 카슈끄지 실종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책임이 있다고 밝혀진다면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무기 거래 계약 파기가 아닌 “다른 방식의 처벌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우드 왕가와 미국 제국주의의 혈맹 관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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