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에 저항한 미누 씨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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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한국에 살며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에 항의해 활동했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 씨가 10월 15일 네팔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1992년 21살 나이에 한국에 온 미누 씨는 식당·봉제공장 등 한국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며 어렵게 살았다.
2003년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반대 농성에 참가하며 이주노동자 권리에 눈뜬 미누 씨는, 한국말 구호를 따라하지 못하는 동료 농성단원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밴드 ‘스탑크랙다운(단속추방을 멈춰라)’을 결성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축제의 장이면 어디서든 ‘스탑크랙다운’을 볼 수 있었다.
그와 ‘스탑크랙다운’ 밴드는 메이데이,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 한미FTA 반대 집회,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도 공연을 하며 한국 운동에도 연대했다.
그는 노동자연대가 주최하는 ‘맑시즘’ 포럼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을 한 바 있다.
미누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문화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했고, 이주노동자 방송국 MWTV 대표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현장을 직접 다니며 취재하고 영상을 만들어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정당한 활동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그를 표적 단속했다. 2009년 말 미누 씨는 제2의 고향과도 같았던 한국에서 추방당했다. 당시 미누 씨는 “한 사회에 20년 가까이 살아 온 사람을 향해 이렇게 문을 굳게 닫는 것이 정말 정당한 일인가?” 하고 항변했다.
추방된 이후에도 그는 한국과의 연을 이어 나갔고, 바로 지난달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되면서 8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미누 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가 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그리워하던 한국에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우의 변을 당해 안타깝다.
그가 만든 노래 ‘스탑크랙다운’은 바로 이틀 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도 불려졌다.
야만적 차별과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며 용기와 힘을 준 그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언제나 빨간 고무가 코팅된 목장갑을 끼고 “스탑! 스탑! 스탑! 크랙 다운!”을 외쳐부르던 미누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