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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 심사 2차 결과 발표: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

오늘(10월 17일)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심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난민 신청을 철회한 3명을 제외한 458명 중 339명에게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지만,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9월 14일에도 23명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만 부여한 바 있다.)

생지옥과 다름없는 예멘의 상황이 잘 알려져 있어 강제 송환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불안정한 체류 지위만을 부여한 것이다.

심지어 34명에게는 인도적 체류 지위조차 주지 않고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들 중 다수가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왜 비난받고 거부당해야 하는가? 정부는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절차가 끝날 때까지 출도 제한 조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34명에 인도적 체류 지위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적 우익들한테 ‘가짜 난민은 걸러냈다’고 보여 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제주 예멘 난민들이 국제난민협약과 한국 난민법의 난민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난민협약과 난민법은 전쟁 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난민 위기에 책임이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속내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어제(15일)도 리즈 그랑드 유엔 예멘 인도주의업무 조정관은 예멘에서 내전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예멘 전역이 기근에 빠져 민간인 1200만~13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이미 예멘인 800만 명이 기근 직전이라고 전했다. 이런 전쟁의 참상을 피해 온 사람들이 어떻게 난민이 아니라는 것인가?

게다가 예멘 난민들은 한국 정부도 일조한 전쟁의 피해자들이다. 한국 정부는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을 회피했다.

낙인 찍기

‘인도적 체류 허가’도 실제로는 매우 비인도적이다. 불안정한 체류 말고는 보장하는 게 없다. 이조차 1년뿐이다(체류 연장을 하려면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헬프 시리아’ 사무국장 압둘 와합은 시리아 난민들의 사례를 들어 ‘인도적 체류’의 현실은 “비인격적 차별”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고, 일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일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가 어마어마하게 어려워요. 이동도 가끔씩 제한될 수 있고, 비자 연장기간은 출입국 직원 마음에 따라, 어떤 때는 3개월, 어떤 때는 6개월, 또 어떤 때는 1년을 해주기도 합니다.”(‘한국 난민의 현실, 그리고 난민 혐오에 맞서기’ 토론회에서)

이 때문에 “[‘인도적 체류 허가’는] 한국에서 숨만 쉴 수 있게 허가해 주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활동가)

정부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 받은 이들에게도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 체류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체류지를 신고해야 하며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종차별적 통제 조처는 난민들의 처지를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불안정한 체류 지위마저 박탈당할까 봐 고용상 불이익이나 범죄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냉혹한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 정부는 예멘 난민들에게 법적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아직 면접을 하지 못했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심사 결정을 보류한 나머지 85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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