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 코레일은 임금 삭감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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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들이 올해도 사측의 임금 삭감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정부 아래서 노동자들이 (결국은 성공한) 성과연봉제 저지에 그토록 애썼던 이유 하나는 임금 삭감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결국 철도 파업이 정권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새 정부 하에서도 임금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철도공사 사측은 올해도 인건비가 980억 원 부족하다며 임금 동결, 수당 삭감 등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사측은 기본급을 3.5퍼센트 올리면서 미사용 연가 보상비를 1인당 4개씩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족한 인건비 문제를 때웠다.
고령 노동자들과 신입 노동자들의 피해는 더 크다. 고령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퇴직 전 2년 동안 40퍼센트 깎인 임금을 받고 있다. 신규 노동자들은 기존 직원이 받는 수당 일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승진 적체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도 불만이다. 승진으로 얻는 임금 인상 효과를 전혀 못 보기 때문이다.
현장의 인력 부족은 고려하지 않고 초과근로 억제에만 힘쓰는 것에서도 사측이 인건비를 줄이는 데 얼마나 혈안인지 잘 드러난다. 그 결과는 인력 부족 탓에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임금 억제 압박이 심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민주당 '386 의원' 출신인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 개선에 인색하기로는 전임 사장들과 판박이다.
오영식 사장은 공공성 강화를 말하면서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은 악화시키고 있다. 지독한 모순이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서비스 제공 노동자들에게 괜찮은 조건과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저지 염원은 공공성 강화와 대립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문재인 정부의 임금 억제 정책
그런데 철도공사 사측은 책정된 인건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사측이 정부 핑계만 대는 것은 문제이지만,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 자체가 임금·인력 억제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 모두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를 통해 인력과 인건비가 늘지 못하게 통제해 왔다. 세세한 지침을 통해 책정된 총액인건비를 초과해 인건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철도공사에는 대규모 정원 감축과 직급별 정원 통제까지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폐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도 거부했다. 심지어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 온 임금피크제 지원금(1인당 연간 최대 1080만 원) 지급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엉터리로 전락한 것도 이런 ‘돈 안 쓰는 정책’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단지 기획재정부 관료 집단의 ‘적폐’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와 국내 고용률·투자율 감소 등과 같은 만만찮은 경제 상황을 친시장적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살리기로 대처하려고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 억제 등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조처들을 추진하려는 이유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직무(성과)급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공정 임금’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목적은 호봉제를 폐지해 임금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철도 노동자들이 당면한 임금 삭감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18일 철도노조 파업찬반투표는 찬성 68.7퍼센트로 가결됐다. 철도노조는 사측이 물러서지 않으면 11월 초 시한부 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노동자들의 기존 조건을 지키려 해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주들도 단호하게 나올 것이므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각별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철도노조 집행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자 처우 교섭에서 차별을 두는 후퇴안을 내놓은 것은 단결을 약화시켜 사측에 맞서 싸울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처우에 반대하며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사측에 맞서 투쟁을 확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