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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임금 삭감, 비정규직 정규직화 외면:
신임 사장 하에서도 달라진 게 없는 철도 노동자 조건

지난 2월 취임한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은 동반자적 노사 관계 구축, SR(민영화된 수서발 KTX 운영회사)과의 통합, 철도 공공성 강화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철도의 현실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기대를 모았던 철도공사-SR 통합 문제는 후퇴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버젓이 SR 운영 노선의 확대를 추진하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인사를 철도공사 책임자로 선정했다. 최근 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SR 사장과 야당 의원들은 SR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0월 20일 오후 서울역 서부광장에서 철도노조가 ‘임금삭감 저지! 감축정원 회복! 철도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무엇보다 철도 노동자들의 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공공기관 중 산재 최다 발생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한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는 “2006년 이후 단 1명이 충원”된 기가 막힌 현실을 규탄했다.

사측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서도 부족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고, 임금 보전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사측은 올해도 임금 삭감을 압박하고 있다. 인건비가 부족하다며 연가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거나(다음해로 연차 이월), 수당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철도공사 KTX 승무원 직접 고용 합의 발뺌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문제에서도 철도공사 측의 태도는 뻔뻔하다. 사측은 비정규직 9200여 명 중 고작 2300여 명만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아예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심지어 최근 사측은 KTX 열차승무원 553명에 대한 직접고용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겠다고 발뺌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10월 24일 철도공사 국감장에서 팻말 시위를 벌였다.

철도공사는 지난 6월 27일 “열차승무, 역무, 입환 등 업무”에 대해 노·사·전 협의회의 전문가 조정 결정을 따르기로 약속했다. 석달 후 발표된 전문가 조정 내용은 KTX 열차승무 업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는 권고를 담았다.이 업무를 생명·안전 업무로 규정한 것이다.

사실, 당시 전문가 조정 내용은 그외의 다른 업무들(역무, 콜센터, 차량 입환 등)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었다.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다.

그런데 철도공사 사측은 이제 전문가 조정 내용조차 이행할 수 없다며 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KTX 승무원 직접고용은 관련법이 개정된 뒤에나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법률 제개정 없이 직접고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사 측이 정규직화를 회피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 외에도 정규직 전환 불이행 문제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측은 직접고용(정규직 6급) 전환이 확정된 노동자들 중에서도 용역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5년 이하인 노동자들은 6년 뒤에나 전환하겠다고 한다. 오영식 사장 임기 중에는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정규직(6급)보다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으로 묶어 두겠다는 얘기이다.

사측은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서도 인색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철도공사는 원청으로서 책임을 지고 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임금 교섭에서 자회사 사측이 3~4퍼센트 이상의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인데도 철도공사 원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동반자적 노사관계?

이 같은 상황은 오영식 사장이 말하는 ‘동반자적 노사 관계’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잘 보여 준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조건을 악화시키면서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것도 지독한 모순이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서비스 제공 노동자들에게 괜찮은 조건과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임금 삭감을 저지하고 정규직화·처우 개선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철도노조 집행부가 파업 일정을 잡아 놓고도 경영진이 내년 인건비 부족 자구책을 제시하면 올해 수당 삭감(연차 이월)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불가피하지도 않은 후퇴 안을 내놓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적잖은 조합원들이 ‘지도부가 투쟁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도부가 사측의 정규직화 회피나 말 바꾸기에 단호하게 맞서지 않는 것도 실망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은 사측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임금 억제를 위한 직무급제와 노동 조건 악화를 가져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고 나선 상황이므로, 노동 조건 악화를 저지하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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