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실체:
여성 차별, 인종 차별, 조세 회피, 무기 개발 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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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전 세계 20개국 구글 노동자 2만 명이 동맹 파업을 벌였다. 직장내 성적 괴롭힘 등의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측에 항의하기 위해서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성명서에 이렇게 썼다. “구글은 다양성과 포괄성이라는 말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체계적 인종차별 폐지, 평등 증진, 성적 괴롭힘 방지를 위한 실질적 노력은 거의 없었다.”
안드로이드의 창시자 앤디 루빈은 구글 부사장이던 시절 부하 직원에게 구강 성교를 강요했었다. 내부 조사 결과는 이 고발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글은 이를 숨겼다. 오히려 퇴사한 루빈에게 1024억 원이나 되는 퇴직 보상금을 지급했다.
구글 노동자들은 이런 일이 한두 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사건이 보도됐다면 비슷한 사건 수천 건이 회사 각급 부서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한 여성은 동료 남성이 수면제 탄 음료를 마시게 해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 다행히 소속 팀장이 발견해 더 못된 일을 당하지는 않았다.
이 여성은 사건을 인사팀에 알렸지만 침묵하라고 지시받았다. 오히려 인사팀은 이 여성을 탓했다. 임원들에게도 알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런 일은 흔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구글 최고 임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가해 혐의자들을 옹호했다. “좋은 사람이다”, “경솔한 행동으로 삶이 파괴되도록 해선 안 된다”, “경쟁업체에 기술이 넘어갈 수도 있다.”
사실 구글은 노동자들에게 엄격한 비밀 유지 계약을 맺게 해서, 노동자들이 겪은 차별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
파업을 벌인 구글 노동자들은 이 밖에도 남녀 임금 격차, 파견 노동자 차별, 인종 차별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구글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11월 8일 구글은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 몇 가지를 받아들였다. 성적 괴롭힘과 성폭력 고발시 중재를 강요하지 않겠다, 관련 처분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녀 임금 격차 해소, 파견 노동자 차별 시정,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요구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부도덕
구글이나 오라클 같은 다국적 IT 기업들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구글의 전 세계 매출은 122조 원이 넘었다. 한국 자회사인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최대 5조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법인세를 200억 원밖에 내지 않았다.(매출이 비슷한 네이버는 4000억 원 넘게 냈다.)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는 세금 포탈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실 존 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옥시의 사장이었다. 구글은 이런 자를 한국 자회사 사장으로 앉힌 것이다.
구글은 8년 전 검열과 해킹 문제로 철수했던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려 전용 검색 엔진을 만들고 있다. 이 검색 엔진은 사용자를 추적하고 인권, 민주주의, 평화 시위, 언론 자유 같은 검색어를 사용하면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노동자 1400명 이상이 이 프로젝트에 항의했다.
구글은 미국 국방부의 인공지능 활용 프로젝트에도 협력했다. 악명 높은 무인폭격기(드론)의 성능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구글 노동자 수천 명이 이에 항의했고 일부는 퇴사까지 했다. 결국 구글은 내년에는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를 사훈으로 삼은 일로 유명하다. 이 말은 직원 행동 지침의 맨 앞에 크게 강조돼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도 찔렸던 모양인지, 올해 슬그머니 직원 행동 지침 맨 밑에 작게만 남겨 놓았다.
참다 못해 집단 항의에 나선 노동자들의 행동은, 구글이 ‘다양성을 존중’ 운운하고 인권·성소수자 단체를 후원하는 것이 사실은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기업 홍보 활동의 일환임을 드러냈다. 한국의 인권·성소수자 단체들이 이런 “이미지 세탁”의 파트너가 돼선 곤란하다.
강박적 축적 경쟁이 핵심 동력인 자본주의 체제에 “선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이 선해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구글 노동자들이 보여 준 것처럼 아래로부터의 행동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