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2차 공동파업:
“제대로 된 정규직화, 인력 충원, 빼앗긴 복지 회복, 적폐 원장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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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11월 9일 공동 파업에 이어 11월 13일에도 파업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상급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동시다발 집회·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은 오전 파업 출정식(서울대병원)에 이어 오후 2시에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서울대병원의 ‘진짜 사장’인 문재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집회가 열린 장소에서 농성을 하던 잡월드 조합원들도 집회에 함께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 공공병원 인력 문제 해결, 빼앗긴 복지 회복 등을 요구했다. 특히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다.
“저번 대선에서 2번 찍은 분들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지금까지 겪은 바로는 믿었던 그들이 거의 돌아서 날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정말 상식적인 겁니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고 쉬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은 것뿐인데 그걸 경영상의 이유로 못하겠다고 버티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1년에 22일이나 휴일을 못 쓰고, 내일 스케줄이 뭔지도 모르고 일하는 이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수술방 노동자)
임종석, 홍영표 등 문재인 정부와 여당 핵심 인사들이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을 위하는 척하며 민주노총 비난에 열을 올리는 지금 서울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파업은 이 위선적인 거짓말에 가장 효과적인 반박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월과 10월 두 차례 파업을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서 파업해야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해 11월 9일 원청·하청 노동자가 함께하는 공동 파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창석 병원장은 정규직 전환 의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하라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정규직이라고 괜찮냐, 아닙니다. 줄줄이 사직합니다. 서울대병원에 입사해서 1년, 아니 한 달도 안 되 사직하고 싶은 노동자들이 줄을 잇습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얘기하지만,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없습니다. 인력충원, 정규직 전환,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합니다.”(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빼앗긴 임금과 복지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회복되지 않는데 불만을 표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입사 1~2년만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임금이 대폭 삭감된 경우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2015년 임금체계 개편으로 임금이 줄어든 운영기능직 신규 입사자들도 임금 수준이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같은 문제 때문에 지난해 정규직 전환 이후 오히려 임금이 삭감된 노동자들도 있다. 대폭 삭감된 자녀 학자금 지원도 원래대로 회복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사기당한 느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불만과 기대에 힘입어 서울대병원분회(정규직 노조)는 지난해에 비해 조합원이 500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같은 시간 민들레분회 조합원들과 경북대병원 노동자 300여 명은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립대병원 정규직화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항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아니라 정규직화", "별도직군 반대" 등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해고, 연장근로수당 체불 등에 항의하며 서울시의회에 행정감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병원분회(정규직)는 오는 1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무기한 전면파업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