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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살아 남아서 투쟁하자”

11월 20일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을 기리며 17일 서울 두 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기리는 행사는 2016년부터 시작됐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이태원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처음으로 TDoR 행진을 벌였다. 주최 측 예상보다 더 많은 6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혐오로 살해당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자고 다짐했다. 이 집회에는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당사자들과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했다. 정의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의 산하 위원회와 당원들도 깃발을 띄우고 참가했다.

11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트랜스해방전선 주최 집회 ⓒ조승진

트랜스해방전선은 11월 2일부터 이 행사에 연대 서명을 받았는데, 보름 만에 무려 144개 단체와 150명의 개인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11일에 열린 노동자대회에도 깃발을 들고 참가해 자신들의 행사를 알리기도 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 살해당한 동료에 대한 애도와 추모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을 알리고 함께 행동하는 날임을 강조했다.

이 날 집회에서 트랜스해방전선 활동가 세아는 트렌스젠더로서 자신이 겪는 차별을 생생하게 폭로하며 투쟁을 호소했다.

“법적 성별 정정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부모 동의서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커밍아웃 이후 부모님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원하는 성별로 살기 위해 대체 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까?

“그 잘난 주민번호와 우리가 원하는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국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소수자 인권 질의에 ‘나중에’라고 답했습니다. 다시는 숨어 살지 않겠습니다. 맞서 싸우고 연대할 것입니다.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살아 남아서 투쟁합시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의 해방을 위해 투쟁!”

참가자들은 집회 이후에 ‘해방 없이 생존 없다’, ‘연대하여 쟁취하자’,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범죄 규탄한다’, ‘그만 좀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를 외치며 이태원로를 힘차게 행진했다. 근처 시민들도 행진 대열을 관심 있게 지켜 봤다.

한편, 2016년부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기려온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도 같은 날 경의선 숲길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약 40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공연과 발언을 이어갔다.

촛불 문화제 한 켠에는 올해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 활동가를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고, 참가자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들을 작성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하늘 운영위원은 "여러분들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말라"며 부모들이 늘 곁에서 함께 하겠다고 발언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11월 17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경의선 숲길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양효영
조각보 주최 촛불 문화제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하늘 운영위원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양효영
ⓒ조승진
집회 뒤 참가자들이 이태원로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이태원로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 참가자들이 이태원로를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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