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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증거로 언론플레이 하는 경찰:
여권의 거세지는 이재명 찍어내기

11월 19일 경찰이 이재명 경지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과 함께 검찰에 넘겼다.

일명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이 김혜경 씨의 것이라는 주장이다.(실제 계정 이름은 ‘정의를 위하여’이다. ‘혜경궁 김씨’는 친문 세력이 이 계정이 김혜경 씨 것이라며 붙인 별칭이다. 현재는 계정이 삭제돼 일반인들은 올린 메시지들을 볼 수 없다.)

이재명 지사와 김혜경 씨 측 변호사는 경찰이 의도적으로 편파 수사를 했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김혜경 씨와 트윗 정보의 인적 사항이 일치하는 게 많다는 점, 김혜경 씨가 카카오스토리 해당 계정 트윗에 개인 사진을 비슷한 시각에 올렸다는 점 등을 유력한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이전 휴대폰을 김혜경 씨가 버린 것이 증거 인멸에 가깝다고 봤다.

이 지사 측은 문제의 트윗 계정이 이 지사에게 고향을 물어보는 등 부부라고 볼 수 없는 내용들은 고의로 배제됐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경찰이 수사 때 휴대폰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면서 수사를 다 끝내고서 휴대폰 얘기를 한다며 반발했다.

양측의 사실 공방이 치열해 사실 자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교묘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억압기관인 경찰이 진보 개혁파 행보로 지지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적으로 망신을 주는 듯하다.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사건으로 경찰이 혐의를 단정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사실 피의자에게는 커다란 압박이다. 경찰이나 검찰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무력화시키며 맘에 안 드는(찍힌) 수사 대상을 망신 주며 압박해 온 부당한 관행(적폐)을 답습한 것이다. 게다가 언론에 공개한 건 다 정황증거뿐이다. 재판 전에 사람들에게 선입견부터 심어 주는 수법이다. 혐의의 입증책임이 경찰(과 검찰)에 있기 때문에 더욱 고약하다.

사실 제3자가 볼 때, 김혜경 씨가 트윗 계정의 익명성을 즐기려 했다면, 왜 본인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많이 올렸냐 하는 의문을 경찰의 발표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혹시 ‘안’ 하는 것이지 않을까?). 이런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수사·기소의 주체에게 있다.

반대 측이 수사의 허점들을 지적하자 단 몇 시간 만에 경찰청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찰 수사를 변호했다. 그런데 수사 부실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부족하면 검찰에서 밝혀 낼 것’이라는 등 무책임하게 나왔다.

물론 이재명 지사가 경찰의 수사 관행에 위축될 처지에 있는 건 아니다. 여당 소속으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했고, 무엇보다 경기지사의 위상은 한국에서 상당하다.

문제는 그런 위상을 가진 여당 소속 경기지사가 왜 당선하자마자 가족과 사생활에 대한 먼지털이 식 수사와 언론 마녀사냥을 당하느냐는 것이다. 출당 얘기도 나온다. 이 점도 친문 실세 김경수 수사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김경수(바둑이)가 이재명 흠집내기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문자도 나온 마당에 말이다.

권력 투쟁

경찰은 원래 그때그때 집권한 청와대와 행정부 핵심 부서들에 충성하는 억압기관이다. 게다가 지난 1년반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문재인 정부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해 왔다. 친문 실세 김경수 경남지사의 여론 조작 혐의 수사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부실하게 수사했다. 아직은 경찰 수사가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정권 핵심부의 의중이 아니라면 이 지사가 공격받기 힘든 구조와 정황인 것이다. 이 수사 배후에 이재명을 찍어내려는 친문 실세들이 있다고 보는 관측이 갈수록 지지를 얻는 이유다. 권위주의의 유산 때문에 한국에선 대통령 권력이 여전히 막강하다.

사실 경찰 발표대로, (가족이지만 정치인 본인은 아닌) 개인이 SNS에서 막말을 했다 한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여론 조작의 의도가 있는 조직적 행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사생활 요소들이 개혁파 정치인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가 지지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다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작은 문제이긴 해도 말이다.

정작 이 지사에게 따져 봐야 할 것들이 있다면, 이 지사의 진보적 개혁 공약들이 제대로 추진·실행되고 있는지, 특히 노동계급의 요구를 존중하고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등의 문제일 것이다.

촛불 덕분에(별로 한 일이 없는데도) 집권한 문재인의 줄타기가 노골적인 우선회로 전환된 데에는 경제 위기가 결정적 변수였다. 경기 악화 자체도 그런 효과를 내겠지만, 결정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것이 지지층 왼쪽의 이탈을 낳았을 것이다. 우파는 사기를 회복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 위기 심화와 좌우 양극화 심화 국면에서 중도 정부 바깥에서 왼쪽 구심이 형성되는 것은 체제 안정을 위해서나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서나 민주당과 우파 모두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한목소리로 미리 섟을 죽이려는 것이다.

최근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하루 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노동존중 폐기를 규탄하는) 한국노총 집회에서 지지 발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친문과 우파의 동시 공격 대상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는 이재명 다음은 박원순이라고 저주했다.

그럼에도 친문의 이재명 찍어내기는 의도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현재 위기의 수준과 촛불 이후 (불균등하게) 급진화하고 있는 대중의 정서로 볼 때 그 정도의 반동으로는 좌우 양극화 추세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이른바 좌파 포퓰리스트를 민주당이 알아서 걸러 내더라도 우파 야당이 민주당과 안정적 ‘협치’ 파트너가 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진보·좌파 세력은 친문계 ‘극단적 중도파’(말은 진보파처럼 하고 행동을 보수파처럼 하는 중도파들을 비꼬는 파키스탄계 마르크스주의자 타리크 알리의 표현)가 미국 정치인들처럼 기껏 사생활 들춰내기를 하며 흠집내고 흑색선전하는 것에 절대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